한국일보

정의선 “현대차, 미국서 210억달러 대규모 투자”

2025-03-25 (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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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루즈벨트룸서 발표
▶ 트럼프는 “관세 면제” 화답

▶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건립
▶ 조지아 공장도 추가 증설

정의선 “현대차, 미국서 210억달러 대규모 투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백악관에서 21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마이크 존슨(왼쪽부터) 하원의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장재훈 현대차그룹 완성차 담당 부회장. [로이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회장이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하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집행할 21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관련해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달러 등 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에 신설될 제철소를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될 차량용 철강재를 제조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 이번 주 준공할 미국 내 ‘3호 공장’인 조지아주 서배너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역량을 20만대 추가 증설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6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HMGMA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며 이 공장의 현재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또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무차별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책정하는 ‘상호관세’를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큰 나라를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세를 피하고 싶으면 대미 설비투자를 늘리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 부응해 세계 주요 대미 수출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 투자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신설할 공장에서 생산될 철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외국산에 대해 25%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해온 품목이다. 한국의 기존 무관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도 같은 날 폐지된 바 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자사 미국 내 공장에서 제조할 차량에 들어갈 철강을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철강재에 대해 관세부과가 면제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에 앞서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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