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값 인하 위해 ‘배기가스 규제 근거’ 폐기
2026-02-14 (토) 12:00:00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위해성 판단’ 종료
▶ 온실가스 배출 늘 듯
산업혁명 이후 1800년대 중반부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인 미국의 ‘기후 악당’ 짓이 더 독해지게 생겼다.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7년간 온실가스 규제 근거로 활용돼 온 과학적 연구 결과마저 폐기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백악관에서 “환경보호청(EPA)이 방금 완료한 절차에 따라 우리는 소위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격 인상을 초래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었다”면서다.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6가지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과 복지에 위협을 가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결론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년 약 200쪽 분량의 과학적 분석 보고서, 38만 건이 넘는 시민 의견,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토대로 마련됐다. 이후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 미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근간이 돼 왔다.
핵심 목적은 자동차 가격 인하다. 위해성 판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값비싼 전기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치명적 규제가 차 가격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이번 조치로 1조3,000억 달러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신차 가격이 3,000달러 가까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한 리 젤딘 EPA 청장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했다. 1조3,000억 달러는 주로 자동차 및 트럭 가격 인하분이라고 미국 ABC뉴스는 짚었다.
과학은 사실상 무시됐다. EPA 의뢰로 위해성 판단의 근거를 평가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 “인간이 발생시킨 온실가스가 현재와 미래에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의 증거에 대해서는 과학적 논쟁이 필요 없다”고 썼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해성 판단에 대해 “이런 급진적 규칙이 ‘그린 뉴 스캠(녹색 신사기극)’의 법적 근거가 됐다”고 했다. 젤딘 청장은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비수를 꽂겠다”고 한 인물이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파리기후협정에서 재차 탈퇴한 미국은 패권 경쟁국인 중국과도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연간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집계치는 59억 미터톤(metric ton)으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2005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다 반등했다. 2024년 기준 배출량이 120억 미터톤을 약간 웃도는 수준인 중국은 지난해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2035년까지 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감축하겠다며 처음 구체적 목표 수치를 내놨다.
이번 조치에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석유·가스 업계로부터 최대 4억5,000만 달러(약 6,500억 원)의 선거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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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