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 성향 유대인 단체가 대학가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했던 컬럼비아대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30)의 석방을 요구하며 13일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농성을 벌였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타워는 트럼프 기업의 본사 역할을 하는 뉴욕의 건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주로 거주했던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 회원을 비롯한 100여명은 이날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이민당국을 규탄하며 칼릴을 즉시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자들은 '마흐무드를 즉시 집으로 돌려보내라', '이스라엘에서의 무장을 중단하라' 같은 글씨를 인쇄한 티셔츠를 입은 채 "학생이 아닌 나치와 싸우자" 같은 구호를 외쳤다고 NYT는 전했다.

시위에 동참한 배우 데브라 윙거는 AP에 "나는 단지 내 권리를 위해서, 그리고 불법적으로 납치돼 비공개 장소로 끌려간 칼릴을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건물 보안 요원들은 음악의 볼륨을 크게 높이는 한편 더 많은 사람이 시위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건물 출입구를 통제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 경찰은 시위대에 퇴거 명령을 내린 뒤 이에 응하지 않은 98명을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토요일인 지난 8일 밤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의 대학 소유 아파트에 거주하던 칼릴을 체포했다.

당시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가 이전에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ICE가 마흐무드 칼릴을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자랑스럽게 체포, 구금했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이어 "이것은 앞으로 있을 많은 체포 중 첫 번째"라며 '반미·반유대주의 활동 가담 행위자'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릴은 지난해 컬럼비아대 내에 세워진 천막 농성장 철거를 대학 당국과 협상하는 역할을 맡는 등 컬럼비아대에서 반(反)유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현재 루이지애나주(州) 이민 당국 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진 칼릴은 다른 익명의 학생들과 함께 '컬럼비아대가 캠퍼스 시위 관련 학생 징계 기록을 미 하원 소위원회에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청구를 연방법원에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와는 별개로 칼릴 변호사는 "칼릴의 체포는 언론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칼릴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