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기 전 회장 100세 잔치...시애틀한인회 창립하고 대전정 세운 ‘한인사회 역사 자체’

2025-02-13 (목) 10: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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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회관서 상수연…현재도 직접 운전하고 독립 생활도

이현기 전 회장 100세 잔치...시애틀한인회 창립하고 대전정 세운 ‘한인사회 역사 자체’

이현기 전 시애틀한인회장의 100세 잔치에서 참석자들이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애틀 한인사회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산증인’인 이현기 전 시애틀한인회장의 100세 잔치가 축하와 기쁨, 그리고 의미를 가득담아 마련됐다.
광역시애틀한인회(회장 김원준ㆍ이사장 나은숙)와 한친회(회장 유영숙)는 이수잔 전 회장을 위원장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 지난 11일 시애틀 한인회관에서 이현기 회장의 백세잔치인 상수연(上壽宴)을 개최했다.
김원준 현 회장과 이수잔ㆍ조기승 전 회장 등이 주축이 돼 마련한 이날 백세잔치에는 시애틀한인회 임원과 이사진에다 전 회장단은 물론 이 회장의 가족, 서은지 시애틀총영사, 박영민 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이사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아들 이석인, 이석보씨와 손자 등 가족은 물론 서 총영사 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현기 회장님은 우리 한인사회의 역사”라며 “만수무강하시라”고 기원했다.
이현기 회장의 백세잔치가 남다른 의미를 가진 것은 시애틀한인회장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100세를 맞이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평생 보여왔던 동포사회 등에 대한 봉사와 헌신, 그리고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시애틀로 유학을 온 뒤 시애틀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이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67년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이창희ㆍ전계상 선생 등 5명과 함께 시애틀한인회를 창립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시 시애틀지역 한인은 200여명이었고, 유학생이 60여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숫자는 많지 않지만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끼리 단합하고 친목을 나누자는 뜻을 담았다.
이 회장은 이후 1970년대 초반 4대와 5대 시애틀한인회장을 지냈으며 260여명에 달하는 한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인 주소록’을 발간하는데 앞장섰고 특히 대한민국과 코리안아메리칸을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해 미국 4대 퍼레이드인 시페어 퍼레이드에 한인회팀이 출전할 수 있도록 주도했다.
또한 시애틀시의 기금을 지원받아 한인 1.5세와 2세들에게 시애틀지역 최초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데 선봉자 역할을 했다.
조국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두 차례에 걸친 평통 시애틀협의회장을 지냈으며 시애틀시와 대전시간의 자매도시 결연을 추진해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대한민국이 미국과 교류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한인 위상을 올리는데 헌신해왔다.
오랫동안 시애틀-대전자매도위원장직을 맡아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설립돼 있는 팔각정인 ‘대전정’을 지난 1999년 시애틀 비콘힐에 세우는 일도 주도했다.
시애틀시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에이커에 달하는 대전공원을 기부받고 한국으로부터 4대의 컨테이너에 모든 자재를 담아 싣고 와 대전정 공사를 주도했다. 당시 한국에서 13명의 한국 전통 정자 기술자들이 시애틀을 찾아 3개월간 머물며 대전정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를 통해서도 당시 대전정을 세울 때 겪었던 어려움 등을 토로하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면서 “대전정을 포함해 대전공원이 우리 시애틀한인사회에서 영원히 사랑을 받는 역사적인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회장의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지난 2019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100세에도 직접 운전을 하고 독립 생활을 할 정도로 독립심과 건강이 좋은 이 회장은 이날 자신의 백세잔치를 준비해준 시애틀한인회와 한친회는 물론 시애틀총영사관 등에도 감사를 전하면서 커뮤니티의 단합 등을 주문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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