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때문에 유명한 ‘애플(Apple)’ 회사의 창업 동업자는 세 사람이다. 제2의 동업자는 탁월한 기술자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Ronald Wayne)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만 남아있다. 웨인은 행정력이 탁월해서 계약서 작성과 회사 로고 작성 업무를 관장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의 주식을 배당 받았다. 하지만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보유 주식을 다 내다 팔았다. 이때 받은 돈은 2,300달러가 전부다. (로드 와그너의 ‘Power of Two' 중에서)

현재 애플 총 주식의 수는 9억 4천만 주다.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 지분은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웨인은 지금 네바다주 파럼에 살고 있다.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웨인의 출발은 화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웨인은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신속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시키는 절제능력에서는 실패했다.

아브라함은 예수가 40일 금식 후 사단의 유혹을 단호하게 따돌린것처럼 유혹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유명하다. 아브라함의 첫 경계선 돌파는 당시 최첨단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모험의 믿음으로 추동(推動)되었다. 아브라함의 새 삶의 여정은 순적하지 않았다. 중간 정착지 하란에서 두 번째 큰 유혹의 경계선이 그에게 다가왔다.

일신의 만족과 당장의 성공을 실현한다면 굳이 먼 가나안까지 갈 필요가 없다. 하란은 부요한 물질조건을 갖춘 첨단 상업 도시다. 화려한 물질문명에 현혹된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하란에 그냥 주저앉았다. 하나님의 언약을 잊지 않았던 아브라함은 하란 검증의 경계선에서 머뭇거리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직시했다. 탁월한 유목인답게 초월의 믿음으로 하란을 떠났다.

검증은 꿈의 실현을 위한 필수과목이다. 검증을 거쳐 꿈의 순화(馴化)가 일어난다. 순화된 꿈은 빛을 발하는 보석이 된다. 검증을 거치지 않은 꿈은 아직 거친 원석(原石)이다. 모세의 가나안 입성의 꿈도 시내 광야를 통과하는 검증을 거치면서 선명해졌다.

느헤미야가 품었던 예루살렘 성벽 중건의 꿈의 순화과정도 동일하다. 느헤미야의 강력한 반대자였던 산발랏, 도비야, 게셈의 풀무질 같은 도전의 검증을 거치면서 재야의 후원자들을 결집하는 동기가 되었다. 느헤미야의 ‘52일의 기적’도 치열한 검증과 순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 나타났다.

데라, 롯, 사울 왕, 웨인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화려한 출발에 비해 중간 검증과 순화의 결과는 미흡했다는 사실이다. 네 사람 모두가 검증 앞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그 결과 처음 품었던 목표를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다. 검증의 과정을 중요하게 보았던 야고보는 말한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2025년 신년 벽두 출발선에 서서 간구한다.

아브라함, 모세, 느헤미야, 바울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잘 달리자. 화려한 출발을 조심하면서.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