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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추수감사절과 나눔의 미학

2024-11-21 (목)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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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월이 연령대별로 흐른다니, 30대에는 30마일, 50대에는 50마일, 70대에는 70마일로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2024년 새해 1월달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인 추수감사절기에 다다렀다.

인간은 1년의 먹거리를 위해서 봄에 씨 뿌리고, 여름의 작렬한 태양아래 모든 농산물을 포함한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가을에는 추수를 하게 된다.

겨울은 새 봄을 위한 준비를 하는 사계절의 순환이 창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대의 선물이란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풍성한 오곡백과를 만들기위해서는 창조주의 섭리하에 우주 삼라만상이 협업을 하여야 가능할 것이다.


추수 절기를 태음력에 따라 중국이나 한국은 중추절과 한가위로 지칭하고,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에 약력으로 바꾸어 8월15일 전후해서 오봉이라고, 각 민족에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감사절을 지내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1879년부터 10월 둘째 월요일을 추수감사절로 합법화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에서도 가장 중요한 연중 축제 중 하나로, 이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그 뿌리가 1620년대 청교도들의 신앙적 결단과 희생에서 시작된다. 1620년9월6일 영국에서 출발한 청교도 144명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험난한 여정을 지나 66일만인 11월21일 39명이 죽고, 102명만이 신대륙에 도착했다.

그해 이들은 혹독한 겨울과 기아로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자, 풍토적 어려움 속에서 먹고 사는 생존이 최대의 문제이었으나 토착 원주민들인 왐파노아그부족의 도움으로 풍토에 맞는 옥수수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법을 배워가며 신대륙에 환경에 적응해 갔다.

이듬해인 1621년 가을, 절반 이상이 죽고 살아 남은 그들은 첫 추수를 마친 후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원주민들을 초대하고 사냥한 칠면조요리, 호박파이, 감자요리, 옥수수와 다양한 야채를 곁들여 함께 음식을 나누며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이 감사의 전통이 오늘날 미국 추수감사절의 기원이 되었으며, 이후 1863년, 아브라함 링컨 제16대 대통령이 11월 넷째 목요일을 국가적 추수감사절로 선포하여 공휴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추수감사절은 기독교 신앙과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단순히 수확의 기쁨만을 나누는 날이 아니라, 창조주가 자연의 순환과 풍요의 공급함을 믿고, 창조주에 대한 경외와 찬양의 마음을 회복하며, 창조주가 베푼 은혜와 섭리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현하면서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절기가 되어야 한다.

더우기 추수감사절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은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며 단순히 전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청교도가 신앙의 자유를 찾았고, 첫 추수를 가능케 했으며,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평안과 물질적 공급에 감사함을 알게 되어야 한다.


우선 개인의 감사에 머물지 않고, 원주민과의 나눔처럼 다른 공동체와 함께 포용하고 협업하며 감사와 축복을 나누는 날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범지구적 차원에서 유엔 식량기구에 따르면 특히 남북(후진국과 선진국)의 빈부의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동시대인으로서 전세계에서 기아로 수백만, 수천만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묵과해서도 아니된다.

둘째로 감사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현대 사회는 감사보다 불평이 더 쉽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행복감이란 먼저 고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삶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감사는 교만하지 않고 우리의 겸손한 삶에서 비롯된다.

추수감사절은 창조주의 절대 신뢰속에서 단지 과거의 은혜를 돌아보는 날이 아니고 그의 인도와 공급이 이루질 미래에 대한 소망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농경사회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먹거리는 농산물일 수 밖에 없다. 추수감사절에 대한 현대적 적용도 일년 동안의 노력과 결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원주민과 청교도들이 함께 모여 감사한 날을 기원으로 했던 화합과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가족, 내 이웃을 나눔과 섬김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축복의 통로가 되는 나눔의 미학이 우리의 행복의 근원이 아닐까.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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