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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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회장대회를 다녀와서

2024-11-03 (일) 안수화 메릴랜드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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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공활한 가을 하늘을 가로질러 고국의 땅에 섰다. 자유로운 여행이 아닌 국가가 부르니 감격에 겨워 들뜨고 자랑스러운 마음이었다.

세계한인회장대회 첫날 일정은 현충원 참배. TV로만 보던 높은 사람들이 정치 행보를 할 때 검은 정장 차림으로 정중하게 고개 숙여 참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일정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순국선열님께 인사하고 그곳을 견학했다. 조금 후 미주총연 한인회장들이 도착하면서 순국선열들이 조용히 잠든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리는 듯했다. 현충원 관계자들은 ‘저분들이 미주한인회장이래’라고 하며 눈살을 찌푸리고 불편해했다.
나도 모르게 그 자리가 불편해졌다. 내 생각엔 순국선열에게 인사하러 왔으니 조용히 눈 감고 인사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고 회장들 간 만남의 기쁨은 나중에 다른 장소로 옮겨서 인사를 나누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순국선열들은 우리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을 것이다. 조국을 떠나 타국에서 한인을 대표해 무엇을 한다 하니 어찌 대견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충원을 비롯해 조국의 한국인들은 우리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모습을 경험했다.

왜일까? 우린 무엇을 잘못한 걸까? 우리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건가? 어쩌면 선진국으로 빠르게 발전해가는 조국의 성장에 해외에 사는 우리는 멈추어서 70, 80, 90년대 사고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지식의 질량을 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송파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부했다. 각 기관에서 나와 동포사회에 필요한 홍보 활동을 했다. 나는 그중 한인구조단과 메릴랜드한인회와 MOU를 맺었고, 재외국민 가족관계 등록제도 기관과 설명회를 듣고 메릴랜드에서 영사업무와 함께 서비스하는 방향에 대해 검토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한인회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회장들이다. 그들은 서로 존중하며 깍듯이 인사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멋있고 부러웠다.

서울 송파 롯데호텔의 1인 1실 하루 세끼 고급 식사는 충분히 과분했다. 나의 삶에 눈높이가 높아졌다. “최고급만으로 겉멋에 바람 들면 어쩌나…” 내 현실에 맞지 않게 말이다.
대통령을 만나는 기대도 있었지만, 해외 순방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단체 사진 촬영을 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옆에서 누군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 “미국의 한인회장은 법원에서 뽑는다.”

무슨 뜻인지 몰라 한참을 생각했다. 부정적 농의 표현이었다. 서로 고소가 이어지는 것을 빙자한 우리 한인사회에 현실을 빗댄 것이었다. 이 말은 가을에 뒹구는 마른 낙엽처럼 나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한인사회를 위해 노력한 전 현직회장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세계한인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한 모든 한인회장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세계 한인회장들을 만나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가족과 함께 강원도 고향의 노부모님을 찾아뵈니 아버지가 ‘내 딸이 메릴랜드한인회장이구나’ 하시며 미소를 지으시며 좋아하신다. 어쩌면 내가 효도한 것은 아닐까?

오늘 메릴랜드한인회관의 문을 열며 한인회장으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돌아본다.

<안수화 메릴랜드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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