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 고농축 우라늄 행방에 트럼프·IAEA 판단 엇갈려
▶ 묻혀있나 빼돌렸나… “불확실성 자체가 이란에 협상 지렛대”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위치를 파악해 회수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 사찰기구는 현재 해당 물질의 정확한 위치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의 핵물질을 둘러싼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인식차가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핵물질이 깊이 매설돼 있지만 위성 감시 아래 있다며 "파내서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우리가 확보해 제거할 것"이라며 군사력을 통한 확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IAEA 측 인사들은 이와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작년 6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사찰 활동이 중단된 이후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의 위치와 상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AEA는 공습 이전까지 60% 순도를 지닌 약 441㎏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인했지만, 이후 감시 체계가 붕괴하면서 전체 재고의 위치를 더 이상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이스파한 인근 시설에 집중돼 있다는 미국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절반가량만 해당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나탄즈, 포르도 등 다른 핵시설이나 미확인 장소로 분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미 위협을 받을 경우 핵물질을 비공개 장소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일부 물질이 은닉됐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성 감시만으로는 핵물질 위치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 IAEA 국장이자 핵공학자인 로버트 켈리는 "위성 이미지만으로는 우라늄 저장 위치를 검증할 수 없다"며 "미 행정부가 컨테이너 숫자를 안다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 과거 IAEA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다양한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8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모두 검증하고 관리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의 우라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미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확한 위치 정보 없이 핵물질 확보 군사작전을 수행할 경우 일부 물질을 놓칠 가능성이 있고, 미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란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농축 우라늄이 단기간 내 무기화가 가능한 '직접 사용 물질'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그 자체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무기급 물질로 분류되며 단 며칠 더 공정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순도 90% 이상으로 바뀔 수 있다.
IAEA는 90% 농축 우라늄 25kg, 60% 농축 우라늄 42kg이면 핵폭탄 1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핵물질 보존 장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종전협상에서 이란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국장은 "불확실성 자체가 이란에 협상 지렛대를 제공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란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