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니퍼 루빈 칼럼] 트럼프의 선거결과 ‘뒤집기 능력’ 과장 말아야

2024-10-28 (월) 제니퍼 루빈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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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자이자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들 것이다. 그의 이같은 의지를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4년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불법 이민자들’의 투표 참여라는 뻔뻔스런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패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을 깔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변호인들은 투표 장벽을 쌓고, 투표 용지를 폐기하거나 투표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200건 남짓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이들은 (명백한 불가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방관리들이 투표결과 인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이들은 해외 투표와 군 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해 보훈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계책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트럼프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헌법 전문가인 리처드 H. 필데스는 선거 재앙을 전망한 뉴욕타임스의 숨가뿐 논평에 관해 언급하며 선거 결과를 뒤바꾸기 위해 주지사들의 장난질을 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가당치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거의 모든 경합주의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트럼프의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둘 모두 공화당원인 조지아 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은 “정확하고 합법적으로 선거결과를 인증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입증해줄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설사 소수의 지역 선관위가 인증거부를 한다 해도 법원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 (최근 조지아 법원은 관리들이 투표결과 인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인 계수법 개정으로 주 의회의 투표결과를 뒤집기가 지극히 어려워졌다. (필데스의 설명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선거후 주 선거법 ‘해석’이라는 명목아래 선거규칙을 변경하는 행위는 적법한 절차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연방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거결과에 관한 이의제기의 문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연방 의회 양원의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선거인단 투표를 폐기할 수 있다.)

“분명히 이같은 위험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리스크에 대비해 취해진 많은 조치들 가운데 선거인 계수법의 완전한 개정이 포함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거관리 개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법리 분석가 노먼 엘센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 뒤집기 시도가 재연 된다 해도 2020년에 그랬듯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정부 시스템의 무결성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우리의 법적제도는 지극히 강력하다.” 사실 실패로 끝난 트럼프의 마지막 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정부 각계 각층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노골적으로 무법상황을 연출하고, 이에 맞서는 대중, 선거관리인, 법원 등의 격렬한 저항이 없어야 한다.

2020년 트럼프는 법정 소송에서 60여 차례 패소했다. 폭스뉴스나 트럼프의 대중집회와 달리 법정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기에 충분할만큼 광범위한 부정투표가 자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당시 트럼프 측의 증거는 전무했고 만약 이번에도 그같은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보수적인 판사라 해도 유권자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적 제도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두 번째 뒤집기 시도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민주당이 4년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측 변호인들은 공화당의 사전 선거 공작을 연이어 좌초시켰다. 공화당의 허튼 짓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해리스 캠페인 측의 변호사 수백명이 전국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당파색이 농후한 연방 대법원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기억하라. 연방 대법관들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바꾸려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관 다섯 명의 마음을 움직여 수만표는 아니더라도 불과 수십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여러 주의 투표 결과를 뒤집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존 G. 로버츠 Jr. 대법원장은 대통령 면책특권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 한 주의 수백개의 표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부시와 고어의 대결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또 다시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당시 고도의 당파적 색채를 띄웠던 대법원은 선거 결과를 부시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이는 법적 논리를 찾아냈다.)

투표 결과를 번복시킬 트럼프의 능력을 과장하는데 따르는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같은 과장은 투표 의욕을 억누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낮은 투표율은 2020 대선 이후 치러짙 두 건의 상원 보걸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하는데 기여했을지 모른다. 아이젠은 “우리는 지나친 과장이나 유권자 겁주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도치 않은 투표 억압을 막는 최상의 보험은 높은 투표율”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우리의 시스템이 확고하고 건전하며 투명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헌법 변호사인 매튜 세리그먼은 아이젠의 경고를 그대로 반복했다. 그는 필자에게 “트럼프와 그의 우군들은 우리의 체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선거결과를 뒤엎으려는 그들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목적으로 음모론을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계책에 경계를 늦추어선 안되지만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되는 이유는 자칫 그의 말과 행동에 놀아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고 안이한 태도를 조장해선 안된다. 트럼프의 속보이는 계획이 민주주의 수호자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내 선거가 단 한 개 주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여론 주도자들은 선거가 시작하기도 전에 재앙론을 퍼뜨리지 말아야 하며 일단 투표가 완료되면 거짓 소송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다툼’ 일어날 것이라는 선제적인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한다.

<제니퍼 루빈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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