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말, 말, 말

2024-10-27 (일)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크게 작게
지난주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 등지로 3박4일 단풍구경을 여행사를 통하여 다녀왔다. 퀘벡에 들렀을 때에 가이드가 자동차 표지판을 가리키면서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국의 넬슨 제독이 소위 천섬 호수로 알려진 그곳에서 세인트로렌스 강을 거슬러 올라가 퀘벡으로 쳐들어가 프랑스군을 무찔렀다고 한다. 넬슨 제독은 프랑스 군을 본국으로 보냈지만 그곳의 프랑스 주민들은 추방하지 않고 그대로 살게 해 주었다 한다. 프랑스 주민들은 차 표지판 밑에 “이날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라고 썼고 그것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것은 200여 년 전 이야기이고 이제 퀘벡 주민들은 영국에 대해서 아무런 미움도 없고 영국 계통이라고 할 미국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경이 가장 평화스럽고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합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다. 그보다 근래 프랑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말을 건네니 의사소통이 어렵다 한다. 다시 말하여 200년 전 프랑스어와 현재의 프랑스어가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말, 말, 그것이 시대에 따라 그리 변하나?


퀘벡에서 워싱턴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이 꽤나 길었다.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때로는 졸면서 주위사람들의 대화를 ‘listen: 듣는 것’이 아니라 ‘hear: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버스에 탄 사람은 40명, 대충 나이 50은 넘었을 것이고 생활수준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앞줄에 한 여자가 시도 때도 없이 창밖을 내다보면서 “하나님 이 찬란한 하루를 주심에 감사합니다”하며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불렀다. 몇 명의 여자들이 그만 지쳤는지 내가 앉아있는 뒷자리로 와서 자기네들끼리 떠들어서 그런 대화를 엿듣게 기회가 된 것이다.

화제가 느닷없이 정치였다. 그 여자들의 정치 식견은 좀 건방지게 이야기해서 수준 이하였다. 그들의 비판은 증오에 가까웠다.
‘아 이러니 정치 해먹기 꽤나 힘들겠다’ 하는 생각과 참으로 40명이 40가지의 다른 말들을 하고 사는구나, 참 말이 많은 세상이야 하며 혀를 찼다.

미국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게 10월 23일 다시 TV 토론을 하자고 했으나 너무 늦었다고 거절 당하는가 하면 10월 21일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 대표가 회담을 가졌는데 둘이 말이 잘 안 통할까 걱정이 돼서인지 비서실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말을 섞었다. 결론은 200년 시차로 의사소통이 안 된 것도 아니고 버스의 40명과 같이 유치하거나 서로 증오를 가질 이유도 없건만 아무런 결과도 못 얻고 한동훈 대표는 강화도로 가 버렸다.

지금 한국은 말이 안 통하고 있다. 시대 차도 아니고 생각의 차이도 증오도 아니다.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김건희 여사가 나서면 뻥하니 다 뚫린다고 믿는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나의 어머니가 은행 융자를 더 받으려고 자산평가를 부풀린 것, 잘못 한 것이지요. 비록 그것으로 아무도 금전적으로 손해 본 것 없지만 말입니다. 10개월 감옥 생활로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나는 북한의 요인들을 두루 만나는 그래서 북한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최 모라는 목사가 나의 아버지 친분 운운하며 만나자고 해서 그만 몰래 카메라의 덫에 걸려 300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 받았지요. 큰 실수였지요. 공교롭게도 당시는 대통령 취임 전이라 대통령실에 등록도 못할 시기였지요. 하지만 보관만 했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저에겐 옷과 주변 잡화와 어울리는 핸드백이 많아요.”

대통령 부인에는 허리가 푹 파이고 어깨에 뽕이 들어간 옷을 입고 멋쟁이 머리 스타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의 품위를 지켜야 함을 좀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 분이 이번에 딱 한번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꽉 막힌 말, 말, 말들을 뻥 뚫어 주었으면 한다.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