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쓸모없는 사람은 없으며 하다못해 깨진 돌조각 하나, 길가의 이름 없는 풀꽃 하나라도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구성요소로 조화를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필요한 존재들이라고 하겠다.
관습이나 문화, 문명도 진화 면에서 볼 때 어설픈 것 같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의 지나간 과거들도 자세히 살피면 온갖 지혜가 담겨져 있음에 놀라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이런 과거의 지혜 속에서 새로운 발상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온고이지신(溫故 而 知新)이라는 옛말이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옛 것을 되돌아보고 좋은 점을 찾아 본받고 계승 발전하도록 하며 더불어 새로운 지식과 문화 창출과 문명발전에 매진토록 하라는 현자들의 말씀이라고 여겨진다. 상호보완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한다.
집을 지을 때도 주춧돌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사이사이 빈틈을 메워 주는 자투리 돌들도 때론 필요하며, 화려한 꽃들만 있을 때는 오히려 피로감이 올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이며 볼품 없을 것만 같은 야생초들도 이때 오히려 신선함을 일깨워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호박꽃도 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형 같은 미인들이라도 마음이 그 외모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순박하고 마음씨 착한 시골 낭자만도 못할 것이로다.
못한 사람이 있어 잘난 사람 돋보이게 함도 못한 사람의 공헌이라고 한다면 억지 주장일까?
야생 풀꽃들, 그들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또한 그들이 있어 소위 화려한 꽃들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면 그 야생화들의 숨은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슬픔이 지나간 후에 반갑게 찾아온 기쁨이란 걸 더 만끽하게 되며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고생 끝에 감미로운 성취의 맛이 있는 상호보완의 한 단면이 아닐까.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거의 불치병과 같은 진단 후 최악의 경우인 것 같았던 병이 최선의 순조로운 회복 진행으로 완치를 기대해도 좋다는 주치의 말을 듣던 순간 헤매던 지옥에서 천당으로 우주 로켓처럼 솟아 오른 것 같음도 극한의 반대현상이기에 놀라움과 기쁨의 혼합물이 가능했을 게다.
키 큰 사람들만 있는 키다리 인간사회라면 키 큰 것 자체를 모르는 사회일 것이지만 키 작은 사람들이 있기에 큰 키를 실감할 수 있지 않나 말이다. BMI(Body Mass Index 체질 지수)라는 것이 있어 비만의 정도(정상- 18.5-25, 25-30 과체중, 30이상 비만)를 결정한다곤 하지만 홀쭉한 사람이 있어 뚱뚱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칼 마르크스(Karl Marx:1818-1883)와 거의 동시대 사람인 Peter Kropotkin(1842-1921)는 러시아인으로서 대표적 무정부주의자이면서도 상호부조론(相互扶助論)을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상호보완이나 상호부조는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해 인간의 ‘기본틀’로서 인간 삶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약한 자는 주눅 들지 말고 늘 당당해야 할 것이고 잘난 자는 너무 뽐내지 말고 그저 겸손하면 얼마나 좋은 상호부조의 사회가 될까.
<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