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뜨 언덕의 추억
2024-10-10 (목)
박석규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
“더 연세 드시기 전에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이번에 두 분이 파리 여행을 다녀 오세요.” 자녀들의 권유로 파리를 다녀왔다.
파리하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학생 시절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신. 미술 선생님에게 들었던 몽마르뜨 언덕 이야기다. 종교 문학 예술이 어우러져 있는 언덕. 화가 반 고흐, 고갱, 모네 마네, 드가, 피카소 소설가 에밀 졸라, 음악가 쇼팽 등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 올라가 허술한 아파트 식당. 커피 점을 둘러보고 졸업 기념으로 커피를 마시며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느끼셨던 뿌듯함과 낭만을 잊을 수 없다고 자주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그 몽마르뜨 언덕을 가기로 했다.
예술인들의 향수가 영글은 고향. 예술가들의 혼이 담긴 자유를 꿈꾸는 예술가의 원천. 바닥에 깔린 가지 각색의 돌을 하나 하나 밟고 천천히 걸으며 한도 끝도 없는 평안함을 느끼고 싶었다. 1시간 반을 걸어 올라가면 프랑스가 독일에게 패배하고 상처 받은 민중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지었다는 하얀 색깔의 사크레쾨르 성당을 만난다. 올라가다 문득 사크레쾨르 성당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몽마르뜨 언덕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생 드니(Saint Denis) 성당 생각이 났다. 세계 최초로 ‘고딕 양식' 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절 프랑스 초대 주교인 생 드니 신부님이 카톨릭 교리를 전파하다 목베어 순교 당한 장소다. 생 드니 신부님은 잘린 목을 들고 6킬로 미터를 북쪽으로 올라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세계 최초로 고딕 형식으로 세워진 성당이다. 루이 14세부터 이곳을 산이라는 뜻의 몬타냐(Montagne)와 순교자라는 뜻의 마르티레(Martyre)가 합쳐져 ‘순교의 산 몽마르뜨(Montmartre)’라 부르게 되었다. 몽마르뜨는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했고 지금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활동하고 있어 ‘예술가의 언덕'이라 부르지만 ‘몽마르뜨’는 예술가의 언덕이기 이전에 ‘순교자의 언덕‘이었다. 이 언덕에 속세의 형식적인 삶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유를 꿈꾸며 영혼 맑은 예술가들이 모이고 모여 예술가의 고향이 된 몽마르뜨는 예술가의 향수 서린 언덕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 올라왔다. 하얀 돔이 우아한 비잔틴 사크레쾨르 성당을 만났다.
무엇보다 성당 오른 쪽에 장엄하게 서있는 백년 전쟁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수호성인 애국주의 상징. 20대 여전사 잔 다르크의 동상이 시선을 끌었다. 사크레쾨르 성당은 웅장했고 안에는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작품들로 가득차 있다. 더구나 스텐레스 그래스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성스러움을 더해준다. 충격을 받은 동상이 있다. 목이 잘린 머리를 품에 앉고 행복하고 평안하게 서있는 생드니 주교님 모습이다. 숙연해지고 경건해 졌다.
내부를 돌아보니 세계 각국에서온 관광들이 촛불을 켜놓고 꿇어 앉아 기도하는 모습이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분들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나도 기도했다. 천천히 둘러보고 나와 계단에 서니 고딕 양식 건축물들로 가득찬 파리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정말 아름답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눈에 가득담고 머릿 속에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파리시내를 다시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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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규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