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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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괴담-이민자 차별의 역사

2024-09-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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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메이-리 차이 문예창작과 교수의 어릴 적 경험을 지난 주 한 신문에서 읽었다. 고교재학 중이던 1980년대 그가 살던 사우스다코타의 작은 도시에 처음으로 중국식당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80년대 미국 소도시에 살았던 한인이라면 그게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안다. 당시 대부분 도시에는 한식당은커녕 한국식품점도 없었다. 한국시장 한번 보려면 한 시간 이상 운전하는 건 예사, 두세 시간 가야 한국식품점이 있을 때는 아예 주말 하루를 장보는 날로 잡고, 그곳에서 외식도 하고 시장도 보곤 했다.

메이-리 가족도 그랬을 것이다. 가족들이 새로 생긴 중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친구들을 그 식당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정중히 거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마을에 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중국식당에서는 길 잃은 개나 고양이를 잡아 음식을 만든다는 소문이었다. 크메르루지 공산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온 캄보디아 태생 식당주인은 얼마 못가 폐업하고 그 도시를 떠났다.


지난 10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후보가 또 일을 냈다. 오하이오의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주민들의 개나 고양이를 훔쳐 잡아먹는다는 말이었다. 그곳 시장, 경찰서장, 나중에는 오하이오 주지사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말이라고 부인했지만 진실보다 강한 게 소문. 도시는 날벼락을 맞았다. 폭탄테러 위협이 이어져 병원 건물들이 한때 폐쇄되고, 시청건물이 폐쇄되고 학교에서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무슨 해괴한 소린가” 싶은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 몇 달 전부터 나돈 괴담이었다. 그 지역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 일파만파 퍼졌다고 한다. 내용은 전형적인 ‘카더라’. 어떤 사람이 고양이를 잃어버려 찾다 보니 아이티사람 집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더라, 고기는 다 먹어 없앤 후였다더라 ….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오하이오 상원의원 J.D. 밴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을 주도한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흠집을 내려는 전략이다.

특정 이민집단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새롭지 않다. 새로운 이민집단이 등장하면 차별하고 배척하는 게 미국의 역사이다. 저들이 얼마나 미개하고 열등한지, 미국사회에 해가 되는지 프레임을 씌우곤 했는데, 이때 주로 동원되는 것이 ‘음식’이다.

예를 들어 1883년 뉴욕타임스는 “중국인들은 쥐를 먹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커뮤니티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믿는 건 서구인들이 닭고기를 좋아하듯 중국인들은 쥐 고기를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욕시 한 의사의 말이 발단이었다. 중국남자가 마당에서 쥐와 고양이를 죽여 요리했다고 하더라고 그는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중국마켓 주인은 강경하게 부인했지만 발 없이 천리를 가는 게 소문. 뉴욕타임스가 기사로 다룰 정도였다.

음식은 편을 가르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같은 음식 먹으면 ‘우리’, 생경한 음식 먹으면 ‘저들’이 되곤 한다. 특히 백인우월주의자, 민족주의자들이 오래 써온 술수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 일자리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괴 소문을 퍼트리곤 했다. 지금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그 피해를 입고 있다.

음식은 풍습이다. 지역에 따라 고유한 식문화가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이 가족으로 승격된 시대에 전통이라고 무조건 고수할 수는 없다. 한국은 보신탕을 금지했다. 참고로 고양이 고기를 먹는 나라는 스위스. 크리스마스 특별 요리로 고양이요리가 식탁에 오르는데 물론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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