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최초 작품 의뢰’
▶ 4개 조형물 마무리 작업 중 12일∼내년 5월까지 작품 공개
이불(60·사진)
한국 예술가로서는 최초로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하 메트 뮤지엄) 건물 외관에 설치될 조형작품을 의뢰받은 작가 이불(60·사진)이 작업의 고통을 ‘신병’(神病)에 비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이 작가가 지난 1년간 메트 뮤지엄 외관에 설치될 4개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앓아누웠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신병을 앓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이 작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초 서울 자택에서 거대한 지네에 왼쪽 발뒤꿈치를 물린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발뒤꿈치에 큰 못이 관통하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일종의 계시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네에게 물린 것을 메트 뮤지엄에서 작품이 정식으로 공개되는 오는 12일까지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라는 신호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지네에 물린 고통이 작품을 창조하는 고통을 치유했다”고 덧붙였다.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 뮤지엄은 지난해 이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후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메트 뮤지엄을 방문한 이 작가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예술품에 압도됐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작품이 설치될 미술관 외벽의 좌대가 서양 건물에서 일반적으로 ‘수호신’이 설치되는 장소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작가는 “수호신이 무언인지, 인간에게 수호신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구상적 요소와 추상적 요소를 결합한 4개의 대형 조형물을 구상했다.
이 중 2개의 조형물은 현재 메트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사이보그 연작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하지만, 20세기 초반 입체파나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분위기도 담았다는 평가다.
나머지 2개의 조형물은 음식물을 토해내고 있는 대형견을 묘사했다.
이 작가는 수년 전 키우던 진돗개가 속이 불편할 때면 일부러 풀을 뜯어 먹은 뒤 음식물을 토해낸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개는 언제나 창가 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면서 시내 쪽을 바라봤다”며 “마법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오는 12일부터 내년 5월까지 맨하탄 업타운 5애비뉴 선상 메트 뮤지엄 건물 정면을 장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