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 있는 동안은

2024-09-06 (금) 서윤석 국제PEN 클럽,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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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정릉 시인*의 <가야의 혼>을 읽고

살아 있는 동안은 눈 흘기지말고
저 초가을 밤 달빛 아래에서
웃는 얼굴로 만나자

한번 가면 돌아오기 힘든
비단 꽃길 따라가려는 영혼
우리의 기도와 치성길을 돕자

살아있는 동안은 용감하게
저기 주름살 밭에 널려있는 고랑을
물살처럼 하나씩 긋고 건너자


열 길 스무 길 우리의 가슴속
꼭 닫힌 문 열어 젖히고
낯설지 않게 웃는 얼굴로 마주치자

오르고 내려가는 숲길을 담은 가슴아
세속의 욕심, 번뇌를 다스리고
이다지도 길게 살아오지 않았는가

함께 벗하여 다시 눈 비비고
가슴살 헤집고 새로이 흐느끼자
살아있는 동안은, 살아있는 동안은


*가야시대(BC 1세기-AD 5세기) 현 경상도 변한 지역의 나라에서 존재하던 비인간적인 순장제도, 무속연구에서 얻은 신들림을 찾아 작품을 쓴 무속시인이다. 박재릉 시인은 연세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현대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94년 워싱턴 펜클럽초청으로 강연을 했고 워싱턴 문인회 제4대 허권 회장시에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한국에서 초청되어 당선시인 박양자, 당선시인 권귀순, 가작시인 임숙영을 결정했다.

<서윤석 국제PEN 클럽,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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