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에의 추구

2024-09-03 (화)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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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광복절을 맞은 지 어느덧 마흔 세 번째, 79주년의 절반을 훌쩍 넘긴 긴 세월이다. 그날 아침 책장 깊숙이 넣어둔 옛 글들을 꺼내보던 중 ‘고대 신문’에 기고하느라 작성했던 ‘자유에의 추구’라는 논문을 찾아봤다. 대학 3학년 때인 1964년 1월 6일이었으니 60년이 된 고서(古書)였고 제목도 촌스러운 데다 누런 마분지 양면에 펜촉으로 쓴 글자는 잉크가 조금씩 번져 있었다.

그 시절… 1960년대 초 한국은 이승만 정권의 몰락과 미완의 4.19 민주혁명 그리고 5.16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는 굴곡의 시기였다. 바로 그 무렵 미국에서는 ‘자유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희생도 무릅쓸 것이며 어떠한 부담도 감당할 것이며 어떠한 친구도 지원 할 것입니다.’ 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혜성같이 나타났다. 자유에 목말라 있던 세계인들은 얼마나 열광했는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케네디 대통령은 임기 1년을 앞두고 괴한의 총탄에 짧은 생애를 마쳤지만 그가 시작한 자유를 위한 투쟁은 온 지구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한국의 청년들도 그때를 계기로 자유란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인가, 자유의 신장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던지며 60년대와 70년대. 80년대를 살아오고 있었다.


자유는 그것을 억압 받아본 사람에게는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가치임을 안다. 198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허락으로 당시 전두환 정부의 홍보용으로 전락한 KBS와 동일한 채널에서, 그러나 전혀 다른 내용을 전한 방송국 이름도 ‘자유 한국방송’이었다. 재정난으로 오래 가지는 못했으나 자유에 갈급했던 동포들에게 6월 항쟁 등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던 쾌거였다.

자유라는 단어에 대한 기초적 이해는 물론 평생 자유의 필요성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자유를 도배질해 가며 이념대결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역겹고 흉물스러워 보인다. 8.15 광복이 있기까지 나라의 자유를 찾기 위해 목숨 바쳐 투쟁을 벌여온 선현들, 그리고 독재와 싸우다 민주화 제단에 장렬하게 산화한 선배들은 이 순간 어떤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을까.

분쟁지역의 전쟁은 확산되고 미국 대통령 선거도 큰 변수로 다가오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 관리와 국민통합이 화급한 시기인데 대통령이 앞장서 위기 조장과 국민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검은 선동세력’이니 ‘반국가 세력’이니 하는 섬뜩한 비난을 감내하며 사악과 불의에 항거하고 있는 후배 언론인들의 용기가 놀랍다.

단군 이래 올해로 4,357년을 이어오는 동안 996번의 외침을 받아온 고단한 역사였지만 우리에게는 한민족의 융성을 이어온 자랑스런 핏줄이 있다. 일제의 암흑기 심훈 선생이 쓴 시 ‘그날이 오면’ 에서 희망을 가져 본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60년 전의 꿈 ‘자유에의 추구’가 이루어지는, 그날이 오기는 할까, ‘그날이 오면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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