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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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선상의 아리아

2024-08-20 (화)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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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이다. 뜨거운 열기가 온 하늘을 덮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 차례씩 몰려오는 바람이 아침 산책하는 얼굴을 스치며 땀방울을 닦아준다. 구름 한점없이 날씨는 청명한데 구호천사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은 어디서 생겨나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요즈음은 오페라 중에서 아리아를 들으며 더위를 식힌다. 푸치니의 토스카 중 ‘별은 빛나고’와 네순 도르마중 ‘공주는 잠 못이루고’의 숨이 멎을 듯 심금을 울리는 마법의 호소력에 빠져보고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로 젊음의 향수에 젖어보기도 한다.

아리아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울려주는 주옥같은 곡이다. 바로크시대의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 제 3번중 2악장인 ‘G 선상의 아리아’를 듣고 있다. 19C후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는 ‘G선상의 아리아’를 피아노 반주가 곁든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하면서 바이올린의 G선만으로 연주할 수 있게 했다.


바이올린 네 줄의 마지막 줄인 G 선 하나로 어떻게 그리 아름다운 곡이 나올 수 있을까.
천재적인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로 파가니니는 음악 애호가들이 모인 연주장에서 연주하다가 줄 하나가 끊어졌다. 연주를 더 하다가 또 두 줄이 차례로 끊어졌는데 그는 당황하지 않고 잠깐 숨을 고르더니 마지막 남은 G선에 의지해서 ‘G 선상의 아리아’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인생길을 걷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밤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재산과 권력과 명예, 지식, 건강, 사랑등 인생의 전부인 양 의지했던 줄들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하나씩 끊어지고 마지막 소망, 믿음의 줄만이 남게될 때가 온다.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소망의 줄을 꼭 붙잡고 하나님께 나아가면 어떤 고난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다. 마지막 한 줄 G 선만으로도 ‘G선상의 아리아’같은 고요하고 우아하며 마음에 평안을 주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듯이 믿음의 한 줄을 단단히 붙들면 우리도 멋진 인생을 연주할 수 있다.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되어 완전히 소멸되는 약한 인간은 전능하신 하나님 줄인 마지막 한 줄을 믿고 의지할 때 새로운 힘이 생긴다. 어떤 상황에도 능력과 희망이 된다.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란 전쟁영화를 본적이 있다. 1944년 8월 나치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연합군에게 잿더미 외에는 남겨 주지 말라’고 한 아돌프 히틀러의 광적인 명령을 받은 디트리히 폰 콜티츠는 고뇌와 번민에 빠졌다.

패전을 눈 앞에 둔 히틀러 밑에서 파리 주재 독일군 육군 보병대장으로 일했던 콜티츠는 프랑스의 자존심인 파리를 초토화시키려는 히틀러가 ‘파리에서 후퇴할 때 도시의 모든 기념물과 주요 건물을 하나도 빠짐없이 폭파하라’는 부당한 지시에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고색 창연한 파리의 역사유산인 노틀담대성당, 루브르박물관, 개선문, 에펠탑, 콩코르 광장 등을 파괴하면서 총통인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하는 충직한 군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명령 불복종의 반역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는 하늘을 두려워했고 인류역사에서 파리를 파괴한 괴물로 기록되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히틀러가 아홉번이나 전화를 해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했을 때 아주 태연스런 허위보고를 할 수 있었고 ‘파리의 구원자’ 로 칭송받을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마지막 한 줄이 남았을 때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양심과 소신의 믿음줄을 붙잡고 최선을 다해 구호천사처럼 파리의 인류 문화유산을 지켜낸 콜티즈의 공로에 찬사를 보낸다.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파리의 아름다움을 다시 TV로 보면서 우리의 삶에서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고 감회가 깊었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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