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근경색 등 환자 급증
▶ 한인들도 이상증상 호소
▶ 시더스 병원 연구진 발표
올해 초 큰 피해를 냈던 ‘이튼’ 산불 이후 LA카운티 주민들의 건강 이상 사례가 잇따르며, 산불 연기가 장기간 인체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재 지역과 직접 맞닿지 않았던 지역 주민들, 특히 한인들 사이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LA카운티 알타데나 남쪽 패사디나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김모 씨는 산불 이후 수개월간 잦은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었다. 주택이 불에 타는 직접 피해는 없었지만, 동네와 집 안에 수주간 남아 있던 연기 냄새 이후 증상이 시작됐다. 병원 검사 결과 폐 기능 저하와 함께 혈액검사 이상 소견이 확인됐고, 의료진은 “산불 연기 노출이 기존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LA타임스는 17일 팰리세이즈와 이튼 산불 이후 LA카운티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응급실 환자 구성이 뚜렷하게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시더스-사이나이 연구진이 산불 발생 후 90일간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 환자는 과거 7년 평균보다 46% 증가했고, 호흡기 질환 방문은 24% 늘었다. 특히 혈액검사 이상 소견은 무려 118%나 급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LA카운티 산불이 기존 산불과 다른 특성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인 산불이 나무와 토양 등 자연 물질 연소가 주를 이루는 반면, 팰리세이즈와 이튼 산불은 주거지와 도심을 관통하며 자동차, 배터리, 플라스틱, 전자제품 등 다양한 인공 물질을 함께 태웠다. 이로 인해 연기 속에는 더 복합적이고 독성이 강한 입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처럼 많은 인구가 이런 연기에 노출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어지럼증이나 심장마비가 아닌 흉통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혈액검사에서는 전해질 이상, 단백질 수치 변화, 신장·간 기능 지표 이상 등 전반적인 비정상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산불 직후 일주일 동안 화재 지역 반경 10~15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남가주 카이저 퍼머넌트 회원들의 외래 호흡기 진료가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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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