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씩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어떤 생각이나 믿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지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들이 있습니다.
2009년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기 환자에게 약효가 없는 식물을 알약에 담아 주었을 때, 알약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환자들에게서는 2.5일 빨리 회복된 것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2007년 미국국립보건원은 수면제를 먹고 평소보다 쉽게 잠드는 것은 효능과 관계없이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18세기 이전부터 발견되었으며,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중에 몰핀이 부족해지자 의사 헬리 비처는 몰핀을 가장한 식염수를 병사들에게 투여했는데, 병사들이 통증 완화를 느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플라시보’란 뜻은 라틴어로 ‘마음에 들도록 한다’라는 의미로, 약효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가 복용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나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뇌영상학의 발달로 ‘위약'을 복용한 뒤 뇌를 관찰한 결과 진짜 약을 먹었을 때와 같은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가 약이 병을 낫게 해준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 병세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어서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고치는데 적합한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플라시보 효과는 과학적 기전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플라시보 효과만을 맹신하여 실제 치료를 거부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반면에 치료 효과가 있음에도 믿음이 없으면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노시보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올리케 빙겔 박사에 따르면 진통제 정맥주사를 계속 주사하면서 환자에게 진통제 투여가 끝났다고 말하자 환자의 통증이 급상승하고 뇌에도 관련 반응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노시보란 뜻은 실제로는 무해하지만 해롭다는 믿음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물질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꽃밭 사진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미를 보고도 천식이 생기는 알레르기 환자는 그것이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가 생긴 것으로, 꽃 사진과 플라스틱 장미가 노시보에 해당합니다.
‘마음의 병’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도 두 가지의 서로 상반된 상황에 따라서 심리적 안정에 따른 영향을 받는 이야기를 일컬어서 하는 것 같습니다.
믿음과 신뢰에서 믿음을 말할 때, 두 가지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의존을 뜻하는 말이고, 다른 하나가 신뢰와 같은 뜻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신뢰 할 때 ‘믿음이 간다’ 또는 ‘믿음이 생긴다’ 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 관계가 형성되고 친밀함의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뢰하고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행복해 집니다.
더욱이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는 믿음과 신뢰의 바탕은 심리적 안정을 넘어서 자신감과 의지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1990년대 후반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을 주인공으로 하여 TV 사극 허준은 사극 드라마 역사상 64.8%라는 엄청난 인기를 달성한 요즘 말로 하자면 넘사벽의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사실과 다르게 많이 각색되어 의성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유의태(본명 유이태)는 의성 허준보다 100년 후대의 사람으로서 오히려 의성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고 의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극작가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는 1546년 3월 5일 양반집 서자로 태어난 허준은 곧은 성품과 착한 마음씨를 가졌고 겸손하고 차분했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정성으로 치료하였고, 그의 어진 마음씨와 친절함이 사람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품게 하였고, 아픔을 해소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기녕 선생.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서 이기녕 의료원을 운영하는 의사 선생님입니다. 선생은 80을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한인 헬스케어 센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의료봉사를 통하여 재능기부를 하시고 계시고, 직접 의료원을 찾는 환자도 치료하시는데 선생의 치료방법이 특별하여 환자와 긴 대화를 통하여 소통을 하고 믿음을 주며 가벼운 개인사까지 함께 하므로 심리적 안정을 주며 정성스러운 진료는 환자로 하여금 신뢰를 주어 긍정적 플라시보 효과를 보게 합니다. 뿐만아니라 가난한 환자의 사정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진료비를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료 진료를 하시기도 합니다.
조국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문제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종합병원의 유명의사에게 10분의 상담을 하기 위하여 1년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료 현실 앞에서 이기녕 선생에게서 받는 감동은 어떠한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기녕 선생을 현대판 허준 선생이라고 부릅니다.
선생의 존함을 한문 풀이로 하면 일어날 기(起), 편안할 녕(寧)으로 ‘편안하게 일어나다’ 인데 본인에게 해당되는 뜻이 아니라 상대를 편안하게 일어나게 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고 저는 당당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기녕 선생님께서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게 되셨는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80 중반의 나이가 이제는 은퇴를 하실 예정이라는 말씀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의성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슴 깊이 저며 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시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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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클락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