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명의 어머니, 두 개의 조국

2024-07-25 (목) 문성길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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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이 다 아는 대재벌의 많은 자손들 중 남편이 데리고 들어온 자식들을 생모가 아님에도 생모 이상으로 차별없이 키워 후덕의 상징으로 칭송받던 분의 일대기를 읽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또 일어날 일들이 일어났구나 하는 사건이 동맹국이라는 한미 간에 발생했다. 25년 이상을 북한문제 전문가로 인정받고 미국 정부에서 봉사했고 한국 정부에도 잘 알려진, 12세 어린 나이에 부모 따라 이민해서 제2의 조국 미국 땅에서 성공한 학자며 관리였던 분이 말이야 외국정부를 위해서 일하려면 해야 되는 등록을 미필했다지만, 적국도 아닌 동맹국이라면서 간첩죄나 다름없는 말도 안 되는 죄명을 미 당국이 덮어씌었다. 10년 이상 행적 추적을 당국이 해왔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건들이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들이 우리들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음이랴!

여기서 미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의 1.5, 2세, 3세, 더 나아가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 충고하는데, 오해나 의심의 여지가 있을 언행 등을 조심, 삼가야 된다는 말씀이다. 우리들 성현들 말씀에 오비이락이란 것이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가 날아간다고 멀쩡히 나무에 달려 있던 배가 떨어질 리야 만무하겠지만 의심의 여지만은 있을 수 있겠다는 격언이다. 그렇기에 “오얏(자두)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李下 不整冠)는 경구들이 있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선조의 조국이 비록 한국이라 해도 무슨 일이 잘못되면 아무래도 힘이 약한 쪽에선 별 도움을 줄 수 없음을 물론 거리두기까지를 하여 소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됨을 과거 수차례 일어난 사실들이 증명해주고 있음을 잊지 마시라!

정 원래의 조국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면 정식으로 국적 회복을 하고 귀국해서 국가에 봉사하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제2의 조국을 위해 마땅히 충성해야할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이해하나 현실은 냉혹함이 잊어서는 아니 된다.

유명한 일화를 소개한다. 다니엘 이노우에(1924-2012)란 하와이 출신 연방상원의원이 있었다. 일본계 이민자 후손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 집단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미군에 소위로 자원입대 후 이탈리아, 유럽 전선에서 독일군 기관총 방어진지 무력화(당시 부상으로 한쪽 팔 상실)의 공로로 수훈 십자훈장과 훗날 클린턴 대통령 추천으로 최고영예인 의회 ‘명예훈장’을 수여 받았다.

군 미필의 CIA인가 어느 연방 정부 고위직 인사(물론 후보자는 백인 주류사회 엘리트)가 청문회장에서의 이노우에의 일갈로 낙마하는 장면은 그 당시 참으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군대도 안 갔다온 사람이 그 자리에는 어림도 없는 어불성설이라는 대노의 한마디는 청문회장을 숙연케 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들의 후손들도 이러한 자세를 본받아 더 이상 백인 미 주류사회에서 배척이나 수치를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느 나라 정부건 국익을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언제나 약한 쪽이 밀리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임을 새삼 강조한다. 전도유망한 아까운 우리들의 자녀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거나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에서도 유념하여 각별한 주의를 해주길 바란다.

<문성길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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