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기다림, 어머니의 힘’

2024-07-22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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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가 어머니 모니카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했다. ‘나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형언할 수 없다. 내 영혼이 탄생의 아픔을 겪는 동안 어머니는 나를 육체적으로 출산할 때보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는 동안 어머니는 아들을 치열하게 사랑했고 아들의 영혼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줬다. 겉으로는 고압적이고 가혹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의 삶에서 가장 달콤했던 순간들은 어머니와 화해하고 영적으로 교감한 순간들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혼을 돌보는 데 자신의 삶을 집중했다. ”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중에서)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숭고하게 아름답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독일의 저명한 교육 철학자 요한 헤르바르트(Johann Herbart)는 말했다. “한 사람의 훌륭한 어머니는 백 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정한모 시인은 시를 지어 노래했다. “어머니는 어둠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시는 분이십니다.”

훌륭한 인물 뒤에는 어김없이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의 뒤에는 믿음의 어머니 요게벳이 있다. 아브라함 링컨의 뒤에는 낸시가 있고,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배후에는 모니카가, 요한 웨슬레의 뒤에는 수잔나가, 크리소스톰의 뒤에는 안투사가 있다. 어머니는 인류의 꿈이고 희망이고 힘이다.


아우구스티누스를 성자로 변화시킨 모니카는 배움이 많지 않은 시골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에서 회상한 바에 의하면 어머니 모니카는 항시 아들 곁에 있었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명문가의 자녀들이 모여드는 카르타고에서도, 세계의 중심 로마에서도, 위대한 감독 암브로시우스(Ambrosius)가 있는 밀란으로 아우구스티누스가 옮겨갔을 때에도 모니카는 거기 있었다. 어머니 모니카가 방탕한 아들 곁에 항상 있기를 원한 것은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는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모니카는 기다림의 대가다. 가정을 지키지 않고 늘 밖을 떠도는 남편 파트리키우스를 조용히 평생 기다려 준 일화는 유명하다. 오래 기다림의 인내와 사랑을 이길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왜 어머니는 기다리는가. 지구상의 모든 어머니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기다림의 영적 의미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기다림은 곧 검증이다. 신명기 1장을 펼쳐 읽어보라. 하나님은 애굽에서 해방되어 시내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을 11일 만에 가나안 땅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서둘러 일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40년을 기다리게 했다. 하나님도 백성들과 함께 40년을 기다렸다.
40년 이상 끈질기게 기다리는 동안 모니카는 아들을 더욱 치열하게 사랑했다. 쉬지 않고 간구했다. 모니카의 기다림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혼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모니카의 오랜 기다림은 지금까지 꿈꾸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문이 되었다. 기다리는 어머니들이어 그대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영광이 있으리.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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