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홍 HUB 천하 대표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되면서 모처럼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을 떠날 경우 렌터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기 차 대신 주변의 가까운 친구나 친지 등의 차량, 특히 미니 밴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안전하게 돌아와 돌려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차를 빌려간 운전자가 이런 저런 이유로 사고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 질 수 있다.
차주가 친구나 친지에게 차량 키를 건네준다는 의미는 모든 법적 책임도 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만약 차를 빌려간 사람이 여행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를 수습하는 일은 대부분 차주에게 넘어오게 된다. 즉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 처리는 빌려간 쪽이 자동차 보험을 가지고 있어도 차주의 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차주의 집과 멀지 않고 경미한 사고라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겠지만, 문제는 장거리 여행 중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타주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갔다가 충돌 사고가 발생해 차량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태라면 차를 운반해 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역의 자동차 수리점에 맡겨야 한다. 이를 보험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차주는 차를 빌려준 것부터 시작해 사고 상황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을 보험사에 보고해야 하고,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한 뒤 수리비용 견적을 내준 뒤 수리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요즘 차량들은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 수리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때문에 차를 수리하는 동안 차주는 한달 정도 렌터카(보험 약관에 포함돼 있을 경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보험 처리 기간과 수리 기간이 이 보다 더 길어진다면 보험 커버 기간을 지난 나머지 렌터카 사용 비용은 차주 몫이다.
여기서 더 심각한 상황은 차를 빌려간 사람의 과실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해 상대방이 신체적인 부상을 입는 경우인데, 이는 경미한 접촉이나 부상 또는 인명 피해가 없는 충돌 등 일반적인 자동차 사고와는 차원이 달라진다.
더욱이 장거리 여행 때 발생하는 사고는 운전 부주의도 있지만,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곤으로 인한 졸음 운전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이런 원인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사고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런 사고로 신체적 피해를 입은 쪽은 십중팔구 보상 클레임을 하게 되고, 그 비용은 부상 정도에 따라 쉽게 차주의 보험 커버리지를 넘을 수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차주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보험의 보상한도를 넘은 액수로 타협이 된다고 가정할 때 보험사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주가 떠앉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차주는 자신의 과실도 아닌 사고기록을 남기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여러 명의 탑승객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이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때 운전자와의 관계에 따라 차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가 아무리 안전 운전을 한다고 해도 다른 운전자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이 역시 사고 해결을 위해 차주나 빌린 쪽 모두에게 시간적, 그리고 크고 작은 금전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자신의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남의 차를 빌리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만약 차를 이용해 장거리 가족여행을 떠난다면 렌터카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물론 비용 부담이 있지만, 차에 문제가 생기면 렌터카 회사에서 다른 차량으로 쉽게 교체해 줄 수 있고,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남의 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부탁하지 않는 게 좋은 일들 중 하나가 차를 빌리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Better safe than sorry.”란 말이 있다. 차를 빌려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한인의 정이나 의리와는 무관하게 법적인 시점에서 우리도 이를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문의 (800)943-4555, www.chunha.com
<
박기홍 HUB 천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