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한인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 병무청 직원이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지 질문지를 부탁하여 3개의 질문을 전해주었다. 재외동포청 ‘국적 및 병역법 설명회’란 제목 하에 처음으로 열린 설명회이기에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병무청의 이은영 사무관은 “국적이탈 미신고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의 경우, 24세부터 25세 1월15일까지 국외여행허가를 신청하면 37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고 한국 방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모 회장은 병무청 직원에게 다음의 3개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첫째, 국적이탈 미신고자인 18세 이상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90일 한국 방문이 가능한가? 둘째, 국적이탈 미신고자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25세가 되는 해까지 국외 여행허가서를 신청하려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미국이 주된 생활지인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한국에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것이 한국에 무슨 이익이 있는가? 셋째, 2세들에게 한국에 출생신고를 강요하여 복수국적의 증거가 남게 되면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한국의 국익과 재외동포의 거주국에서의 정치적 신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질문이 끝난 뒤, 병무청 직원은 직답에 침묵했다고 한다. 국적이탈 미신고자는 병역기피자가 되어 한국 방문 시 체포될 수 있다는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의 정당화만 설명하려는 의도였기에 미주동포의 입장에 대한 경청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 제시 및 건의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며칠 뒤, 재외동포청은 김연우 법무부 사무관을 통해 워싱턴에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 사무관은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제때에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국적이탈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무엇이며 어떤 조건을 밝혀야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란 단순히 몰라서 기간 내 신고하지 못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복수국적으로 인하여 직업 선택에 상당한 제한이 있거나 이에 준하는 불이익을 증명하여야 한다. 즉 사관학교 입학의 거절이나 취소, 혹은 공직 진출에 제한 등의 불이익이 발생해야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해준다는 뜻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왜냐하면 피해 구제가 아니라 피해를 본 뒤 국적이탈을 허가해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적이탈 허가 신청을 하면 1년 이상이 소요되기에 인생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병역과 무관한 한인 2세의 미래를 막고 있는 현행법의 부당함에 대해 설명회에서는 침묵과 은폐로 일관했다.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자원이 아니다. 주된 생활지가 외국이며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어렵다”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아직도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병역부담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며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번 재외동포청 ‘국적 및 병역법 설명회’는 지난 3월 국적법 개정을 촉구한 대통령 청원서를 공동 서명해 보낸 뒤 개최되었다. 대통령 청원서에 대한 법무부와 병무청의 답변은 이번 설명회와 닮은꼴로, 문제의 핵심에서 동떨어진 변명 수준으로 국적 자동상실제의 부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해외동포 2세를 위한 국적자동상실제는 특혜가 아니라 피해 구제이기에 22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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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