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위대한 미국시민의 한 분

2024-05-25 (토) 허종욱 전 볼티모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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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목요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로툰다(Rotunda)에서는 ‘가장 위대한 미국시민의 한 분’으로 추앙받는 빌리 그래함 목사(1918-2018)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그래함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노스캐롤라이나 주 출신 모든 연방 의원, 이 주 출신 주 의원들, 그리고 그래함 센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막식에서 존슨 하원의장은 빌리 그래함 목사를 ‘가장 위대한 미국시민의 한 분’이라고 칭송했다.

국회의사당 로툰다와 복도에는 100개의 동상이 있다. 50개 각 주에서 주를 대표하는 두 인물의 동상들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서 태어난 그래함 목사를 이 주를 대표하는 인물로 의회에서 선정, 동상 제막식을 갖게 되었다.


20세기 세계적인 개신교 전도목사로 미국은 물론 세계 30여 개국에서 복음을 전한 그래함 목사는 한국도 네 차례 방문, 그의 전도 집회를 통해 수백만의 시민을 예수님 앞으로 인도한 기독교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전도자의 한 분으로 추앙받고 있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동상은 기독교 성직자이며 복음전도사로서 두 번째다.

기독교 성직자이며 복음전도자로 첫 번째 세워진 동상은 하와이를 대표하는 벨지움의 가톨릭교 데미안 신부(1840-1889)이다. 데미안 신부는 34세에 하와이 몰로카이(Molokai) 섬에서 6개의 성당을 세우고 소년 소녀학교를 개교 운영하였으며 무엇보다도 700명이 넘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돌보다가 자신도 한센병에 걸려 49세의 젊은 나이로 1889년 4월 19일에 선종하셨다.

그의 유해는 한센병 환자들의 무덤 가운데 묻혀있다.

하와이 의회는 그가 선종한지 80년 후인 1969년 4월 15일 데미안 신부를 ‘하와이의 가장 위대한 시민‘으로 선정, 이 주를 대표하는 동상을 로툰다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나는 빌리 그래함 목사가 1956년 2월 26일 서울운동장에서 행하신 전도 집회를 잊지 못한다. 6.25전쟁이 끝난 지 3년 되는 해였다. 3년 동안 전쟁에 시달렸던 시민들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희망을 찾을 길이 막막한 때였다. 전쟁을 겪은 나 자신도 앞길이 막막했다.

고등학교 3년생인 나는 8만 여명이 운집해있는 운동장 맨 앞자리에 앉아서 한경직 목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그래함 목사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는 우리에게 구주 예수님을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의 설교가 끝난 후 결심의 시간이 왔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예수를 믿기로 결심한 사람들을 강단 앞으로 초대했다. 수천명의 결신자들과 함께 나도 앞으로 나갔다. 그 때 빌리 그래함 목사가 드린 결신자를 위한 기도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 부부는 20여년전 그래함 목사의 고향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 있는 ‘빌리 그래함 기념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도 집회 영상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끈 장면은 1973년 5월 30일부터 5일간 여의도광장에서 가졌던 그래함 목사의 전도 집회다.

334만명이 모인 역사적인 집회에서 그래함 목사님의 열기 찬 설교말씀과 김장환 목사의 빈틈없는 쨍쨍한 목소리의 통역은 우리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누구나 한번 이 도서관을 방문하기를 바란다.

<허종욱 전 볼티모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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