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여!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신 날이 2024년 4월 24일이었네 그려.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었는데, 암과 싸우며 자식들 이외엔 어느누구의 전화나 문자에도 답하지 않는걸 알게 된후 모두들 애태우던 중 부고(訃告)를 받았네.
벗이여! 자네와 난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어릴때 만나, 꿈 많은 중고교 청소년기를 함께 보냈었지. 인생의 8할을 소진한 이 나이임에도 자네와의 추억은 대부분 그 때의 것들이고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라 생각되네.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윈 그대, 자네와 나는 배호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었지. 자네의 18번은 [누가울어]였었고…. 고교시절에는 아이스학키부에서 운동도 함께 했었지. 그리고 같은 시기(1972)에 미국 와서 영주권도 없던 시절,
뉴욕에서 잠깐 같이 지냈던 추억들, 특히 맨하탄 ‘우리 하우스’에서 마신 술로 대취하여 지하철로를 겁 없이 횡단하다 경찰서에서 혼났던 일, 내가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살때(1976) 그곳엔 짜장면 파는 집이 없어서, 첫아이를 임신한 내 아내의 입덧을 달랠겸 방문했던 시카고에 가서 자네와 여러 동기들과 재회했던 일,
자네가 창업한 회사의 로고를 내가 디자인해 주었을 때 흡족해하며 기뻐했던 일,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생활에 적응못해 힘들어 할때 찾아왔던 자네에게 힘이 되지 못했던 일 등⋯. 수많은 일들이 떠오르네. 자네는 분명 내가 아는 사내들 중 몇 안되는 멋진 사내중 하나였으며 자네앞에 서면 내가 부끄럽고 작아지는걸 느꼈었다고 오늘 처음 자네에게 고백하네. 자네 살아생전에 진작 이런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자네는 친구들에게 늘 베풀기를 좋아했었지. 이는 우리 동기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자네의 큰 덕목일세. 나를 통해 자네 소식을 기다리던 누군가로부터도 방금 “항상 친구들에게 베풀고 가슴이 따뜻한 참 좋은 친구였었고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명복을 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도 서울고 동기카톡방에도 비슷한 애도의 메시지들이 넘치고 있는 걸 자네는 아시는가?
벗이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란 말은 반만 맞는 말이네. 물질적 세계인 이승에서는 아무것도 가져가는것이 없어 보이나 이 땅에서 지녔던 모든 생각(心)이나 지혜, 사랑, 행동(業)은 고스란히 가지고 가지않는가.
자네는 이타심, 깨끗한 양심, 지은 복 등 자산을 많이 가져가기에 나보다 한차원 높고 더 빛나는 등급의 천국에 갈 것이라 믿네. 우리가 영원히 살 하늘나라는 3등급의 천국과 3등급의 지옥이 있고, 그 사이에 임종자가 잠시 머무는 중간 영계가 있다는데,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낮은 등급이라도 천국에서 자네와 영원히 함께 살았으면 좋겠네.
자네는 벌써 중간영계앤 잠시 다녀왔을 테고 가족들이 치르는 장례를 내려다 본 후엔, 순식간에 아름다운 천국에 가 있겠지. 자네는 이미 시공(時空)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기에 거기서 “이렇게 좋은데를 왜 이제야 왔지? 하겠지. 천국은 이곳보다 7배나 더 밝은 곳, 상상하기조차 힘든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던데….
벗이여! 함께 술잔을 나누던 지난날 그때를 생각하니,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했다는 일본의 선승 모리아 센양의 익살스런 유언이 생각나는군. 자넨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으신가? 더 좋은 세상으로 떠나는 길에, 정(情)이라는게 뭔지, 그게 우릴 이렇게 힘들게 하네. 벗이여! 모든 애착 내려놓고 미련없이 떠나시게.
배호의 [울면서 떠나리]는 이젠 그만 부르고 웃으며 떠나시게. 찬송가 대신 배호의[안녕]을 틀어놓고 이렇게 자네를 보내네. 나도 곧 따라 가리니 그곳에 가거들랑 아름다운 천국 소식 자주 전해 주시게나. 벗이여!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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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뿌리와 샘’ 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