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 저축자 보호 새 규정 시행

2024-05-06 (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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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업체, 고객 이익 최우선 의무 강화
▶수수료만 챙겨가는 자문 행위 철퇴

▶ 낡은 규정 현 투자 환경에 맞게 수정
▶은퇴 계좌 이전 조언 감소 전망

은퇴 저축자 보호 새 규정 시행

연방 노동국이 투자 자문업체의 신의성실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새 규정을 오는 9월부터 실시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로이터]

은퇴 저축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연방 노동국은 최근 투자 자문가 등 금융 전문인이 은퇴 투자 자산과 관련된 조언을 제공할 때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 하도록 하는 규정을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장 일반적인 직장 은퇴 계좌인 401(k)를 붓는 한 직장인을 예로 들어본다. 이 직장인은 401(k)에 수십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수익률도 만족스럽고 비용도 합리적이다. 은퇴를 앞두고 투자 자문가를 만난 이 직장인은 401(k) 계좌의 자금을 수수료는 높고 수익률은 지금보다 낮은 투자 계좌로 갈아타라는 조언을 들었다.

‘전미소비자연맹’(CFA)의 마이카 합트맨 투자자 보호 디렉터는 “투자 계좌 이전을 조언한 투자 자문가는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라며 “단지 수수료 수익을 목적으로 은퇴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아닌 상품을 조언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우 은퇴 저축을 다른 투자 상품으로 이전하는 것은 평생 가장 큰 투자 결정일 때가 많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인들 401(k)와 같은 확정 기여형 퇴직 수당 플랜에서 개인 은퇴 플랜인 IRA로 약 7,79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투자 자문가들은 윤리적인 자문 행위를 제공한다. 그러나 투자에 미숙한 은퇴 저축자를 이용해 교묘하게 수수료 수익만 챙기려는 일부 투자 자문가가 늘 문제다. 이들 악덕 자문가들이 추천한 투자 상품으로 갈아탔다가 비용이 수익을 갉아먹어 은퇴 자금이 축나는 피해를 보는 은퇴 저축자가 많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방 노동국이 최근 내놓은 조치에 대해 알아본다.

■1974년 낡은 규정 수정

은퇴 보호 규정은 1974년 제정된 ‘직장인 은퇴 소득 보호법’(ERISA·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of 1974)의 정의를 새로 규정한다. 직장인 은퇴 소득 보호법은 401(k)와 같은 직장인 은퇴 연금 계좌를 감독하는 연방법으로 고객 이익을 최우선 하는 ‘신의성실’(Fiduciary) 의무 규정과 관련,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방노동국은 401(k) 등 은퇴 연금 계좌와 관련된 투자 조언 제공할 때 금융 전문인이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 하도록 하는 규정이 확정됐지만 트럼프 행정에 의해 시행이 지연된 바 있다. 관련 금융 업계가 규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5지구 연방항소법원에 의해 폐기됐다. 당시 법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규정 제정과 관련, 법적 권한을 초과했다는 폐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ERISA 신의성실의무와 관련된 수정 규정을 공개했고 여론 수렴을 거쳐 새로운 지침이 확정됐다. 연방노동국에 따르면 새 규정에 따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신의성실의무 대상은 직장 및 개인 은퇴 연금 계좌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자문을 제공하는 금융인과 은퇴 계좌를 관리하는 업체의 관리자 등으로 확대된다. 규정은 또 은퇴 저축자가 ‘지수형 연금’(Fixed Index Annuities)과 같은 비 주식형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투자 자문가 ‘신의성실 의무’ 강화

50년이 넘은 ERISA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방노동국은 “기존 ERISA가 정의하는 신의성실의무는 401(k) 제도가 시행되기 전으로 개인 은퇴 연금 계좌가 보편화하기 전인 1075년에 제정된 낡은 규정”이라며 “당시 대부분 은퇴 자금 보호를 전통적인 연금에 의존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국은 또 “(낡은 규정에 의해) 직장 은퇴 연금 계좌를 IRA와 같은 개인 은퇴 연금 계좌로 이전하라는 조언을 신의성실의무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라고도 설명했다. 직장인들은 이제 은퇴 자금에 대한 최선의 투자 결정을 내릴 책임 있는데 여러 투자 상품을 이해하는 일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는 것이 문제다.

전미소비자연맹 합트만 투자자 보호 디렉터는 “새 규정은 투자 자문가들이 신의성실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기존 규정의 허점을 보완한다”라며 “이제 은퇴 저축자를 위한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투자 업체는 자문가들이 잘못된 조언을 제공하고 수수료만 챙겨가도록 장려하는 투자 행위를 지속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연방노동국은 투자 자문 행위를 감독하는 금융 기관은 앞으로 이해 충돌 발생 시 이를 관리하는 정책과 절차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연방노동국 산하 직장인 혜택 보장국의 리사 고메즈 부국장은 “투자 환경, 은퇴 환경이 변했고 관련 규정도 변화에 맞게 수정되어야 직장인의 은퇴 자금이 올바로 보호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은퇴 계좌 이전 조언 감소 전문

이번 새 규정은 오는 9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금융 업계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연방 정부 및 주정부 규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잔 닐리 ‘전미생명보험업위원회’(ACLI) 대표는 “새 규정은 은퇴 저축자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동떨어져 있다”라며 “공공 정책이 은퇴 자산에 대한 금융 전문인의 조언을 제한하지 않도록 확대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은퇴 계좌 이전에 대한 조언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가입한 직장인 은퇴 연금 계좌가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계좌로 이전을 조언받은 은퇴 저축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일부 잘못된 조언으로 은퇴 저축자의 은퇴 소득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연방노동국의 노력은 모든 재정 자문가가 고객의 편에서 자문 행위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은퇴 자금이 위험에 빠지도록 하는 이해충돌적 자문 행위를 끝낼 것”이라며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은퇴 저축자들이 상식적인 보호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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