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4년 만의 기록적 폭우에 남가주 ‘해갈’

2026-01-22 (목)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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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카운티 저수량 94%
▶ 남가주 ‘물 지도’ 바꿔

▶ 25년 장기가뭄 ‘마침표’
▶ “안전 대응 체계 강화”

54년 만의 기록적 폭우에 남가주 ‘해갈’

올 겨울 기록적 폭우로 남가주 대부분 지역의 가뭄이 해갈됐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대수로 모습. [로이터]

54년 만에 기록된 폭우가 남가주 수자원 지형을 바꿔 놓았다. 연말연시를 강타한 강력한 겨울 폭풍으로 남가주 주요 저수지가 빠르게 채워지면서, 25년간 이어져 온 장기 가뭄의 종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최대 저수지인 다이아몬드 밸리 레이크의 저수율이 94%에 도달하며 지역 식수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보건·환경 당국에 따르면 이번 겨울 남가주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전역은 이례적인 폭우와 폭설을 기록했다. 미 가뭄 모니터는 2026년 1월 초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가뭄 또는 ‘비정상적 건조’ 지역이 단 한 곳도 남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사실상 25년에 걸친 장기 가뭄이 공식적으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남가주에서 그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리버사이드 카운티 헤밋 인근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밸리 레이크다. 성탄절과 새해 연휴 기간 두 차례에 걸쳐 쏟아진 폭우로 저수지는 거의 만수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


LA 카운티 내 다른 주요 저수지들 역시 안정적인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몬테벨로와 피코 리베라 지역에 걸쳐 있는 리오 혼도 스프레딩 그라운드와 같은 시설에서는 폭우로 유입된 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해 지하수층을 보충하고 있다. 이 지하수층은 LA 카운티 식수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는 핵심 자원이다.

LA 카운티 공공사업국 측은 “이번 강우는 지역 수자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1971년 연휴 이후 54년 만에 기록된 수준의 비”라고 설명했다. 카운티 공공사업국 측은 “일부 지하수층은 여전히 추가 보완이 필요하지만, 강우로 장기적인 물 부족 위험을 크게 완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 겨울 폭우는 단순히 저수지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년간 추진돼 온 물 관리 전략의 효과를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가주에서는 그동안 많은 빗물이 강을 따라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스프레딩 그라운드’ 확충과 빗물 포집 시설 개선에 힘써 왔다. 이 같은 인프라 덕분에 이번 폭우로 확보된 물 상당량이 지하수로 저장될 수 있었다.

다만 당국은 풍부한 강수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도 경계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알타데나와 퍼시픽 팔리세이즈 지역 등에서는 토사 유출과 산사태, 국지적 홍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LA 카운티는 안전 점검과 대응 체계를 강화하면서도, 확보된 수자원의 장기적 가치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뭄 해소가 ‘영구적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더욱 극단적으로 변동하는 상황에서, 기록적 폭우와 극심한 가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의 물 축적은 향후 몇 년간 남가주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전역의 수자원 안정을 뒷받침할 중요한 완충 장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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