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사라져가는 시간

2024-04-2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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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 빠른 세월을 나타내는 노래로 ‘고장난 벽시계’라는 것이 있다.
“고장난 벽시계는 시간을 멈추었는데 너는 왜 고장도 없니”라는 가사이다. 시간은 한치의 고장도 없이 정확하게 흘러간다. 일주일에 7일, 일년 365일 정확하게 흐른다. 옛날 손목시계는 무척 비싸 결혼선물 정도로 사용되었다. 중국 땅 영국령인 마카오에서 시계가 밀수되어 마카오 시계를 찬 신사를 ‘마카오 신사’라고 부른 때도 있었다.

딸 있는 집에서 시계 선물을 잘못 받았다가는 큰 코를 다칠수가 있다. 그 집 사위가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계선물 반지선물에는 걱별한 주의가 필요하였다. 손목시계를 많이 못 찼기때문에 도시마다 정오에는 사이렌을 울려 시간을 알려주었다.

세월이 유수, 곧 흐르는 물 같다는 표현은 세월이 계속 흐른다는 뜻보다는 세월이 빠르다는 뜻이 더 강하다. 정말 빠르다. 엊그제 새해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벌써 봄기운이다. 시간은 걸어가지 않고 달려간다.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일본의 성자라 불리는 가가와 도요히코씨는 청년시절 폐결핵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기왕 죽을 바에는 좋은 일을 조금이라도 하다가 죽자는 생각으로 동경 시나가와라는 빈민촌에 들어가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살았다. 그는 죽지 않고 그후 50년을 더 살아 조선에 와서 서울과 평양에서 강연회도 가졌다.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에 쫓겨살지 말고 시간을 이끌며 살아야 한다. 그 말은 시간을 최대한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는가? 시간을 잘 쓴 사람이라는 말이 정답이다.

유머 한토막. 어떤 부인이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보험금을 10만달러 더 올렸으면 좋겠는데 전화로도 가능할까요?” 회답이 곧 돌아왔다. “전화로는 안됩니다. 당신의 집을 보고 가치평가를 다시 해야 하니까요.” 부인의 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올려면 급히 와요, 지금 우리집에 불이 붙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식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적지않다. 불이 붙고서야 “아이고 하나님!”하는데 그건 정상적인 믿음이 아니다. 급하면 앰뷸런스(구급차)처럼 하나님을 찾는 것은 바른 신앙이 아니다.

필자가 교회를 건축하였던 뉴저지 파라무스는 블루 로(Blue Law)라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일요일은 모든 영업을 못한다. 이 일대는 큰 샤핑센터 7개가 있는 번화거리여서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요청을 법으로 만든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교회는 일요일 주차장소를 충분하게 쓸수 있어 교회발전에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시간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물질적 인생관과 시간을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신앙적 인생관과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간을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그 내용을 충실하게 채워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생명엔 끝이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어느 목사는 여름동안 예배를 30분에 마치도록 계획을 했다가 실패하였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는 예배는 형식적인 얘배가 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기다리는 자에게는 너무 느리다. 시간은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빠르다.

시간은 슬퍼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길고 시간은 신나지 않은 자에게는 너무나 지루하다. 음악가 차이코프스크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과거의 시간에 관심이 없다. 현재의 시간에는 약간의 관심이 있다. 나의 가장 중요한 시간은 미래에 놓인 시간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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