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한 나라의 조건

202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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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핀란드라는 게 정설이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돼 하는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높은 소득수준 때문일까. 핀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5만 달러(2022년 현재)를 웃돈다. 그러니 경제적 풍요는 분명히 행복의 한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소득이 반드시 만족스러운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G7에서도 톱을 달리고 있다. 그런 미국이 행복한 나라 상위 20권에도 못 들었다. 독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40위권 밖으로 벗어나 있고 일본은 51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면 무엇이 핀란드를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 있을까. 그 한 단편적 해답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세계 16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민들의 정직도를 조사했다. 지갑에 현금과 연락처를 함께 넣어 분실한 것처럼 떨어뜨리고 얼마나 되돌아오는가를 알아본 것이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시의 경우 그렇게 버려진 12개 지갑 중 11개가 온전히 되돌아 왔다. 헬싱키 시민은 조사 대상 도시 시민 중 가장 정직한 시민으로 밝혀진 것.

무엇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나. 풍족한 경제수준. 그에 못지않은 높은 교육수준, 남녀평등, 질 좋은 건강보험제도. 가정친화 정책. 이런 것들은 선진 사회, 행복한 나라건설에 필수 요소로 핀란드는 이 부문들에서 모두 톱 수준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정직성, 청렴이 이에 못지않은 행복한 나라의 중요 조건이란 것을 다이제스트지 조사는 가리키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핀란드가 꾸준히 행복국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와 자유가 있고 바로 이런 점이 핀란드 국민의 웰빙과 생산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각급 연구 결과는 밝히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관련해 핀란드 특유의 한 문화현상에 주목했다. 사우나 문화다.

총 인구래야 550만 남짓한 핀란드에는 350여만 개의 사우나가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정부 건물은 말할 것도 없다. 사기업, 개인클럽 등도 사우나 시설은 필수다.

핀란드의 대학교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우나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기록보관소와 박물관은 사우나와 관련한 귀중한 역사적 문서와 예술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우나 문화는 핀란드 인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사람들은 사우나 목욕을 통해 몸을 청결케 하고 또 건강 증진을 스스로 돕는 것은 물론, 부정적 생각까지 땀과 함께 증발시켜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찾고 있다는 것.

사우나는 친척이나 친구, 동료, 스포츠 팀, 심지어 낯선 사람들까지도 한데 모여 어울려 즐기게 한다.

사우나 안에 들어선 사람들은 의복이 표현하는 사회적 지위를 알 수 없다. 함께 목욕하는 사람들은 평등과 존중을 느낀다. 사우나는 이민자들이 핀란드 사회 속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 사우나가 지닌 사회적 가치는 엄청나다. 사람들이 서로 사귈 기회가 생기고, 소통하며, 필요하다면 통합될 수 있게 한다.

한 마디로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는 온갖 계층의 사람들, 심지어 이민자들에게까지 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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