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루저 도널드와 푸틴의 나쁜 일주일

2024-04-23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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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은 루저 도널드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돈다발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소셜 미디어 회사 DJT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3월말 상장돼 한 때 70달러에 육박하던 DJT는 지난 주 한 때 70%까지 떨어졌다 주말을 앞두고 소폭 상승했지만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 주가가 왜 이렇게 떨어졌는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회사는 작년 4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5,8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데다 자금 부족으로 2,150만 주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 SNS 이용자의 대부분은 열렬한 도널드 추종자 MAGA 그룹으로 내용도 도널드 찬송 아니면 음모론으로 가득 차 있다. 웬만한 열성팬 아니면 들어가 볼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서비스 이용자 수는 500만으로 SNS 1위인 페이스북 30억은 말할 것도 없고 일론 머스크의 X의 3억7,000만에도 비교가 안 된다.

거기다 지난 주 미 역사상 처음 루저 도널드는 전직 대통령으로 형사 기소돼 뉴욕 법정에 섰다. 루저 도널드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판을 11월 대선 이후로 미뤄 보려고 1주일 새 3번이나 연기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번 재판은 루저 도널드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13만 달러를 주고 입을 막은 후 장부를 조작한 혐의에 관한 것이다. 뉴욕 주법은 단순 장부 조작은 경범으로 처리해 이미 공소 시효가 지났지만 이것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수단이었을 때는 중범으로 기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뉴욕 검찰도 이를 이용해 도널드를 중범으로 기소한 것이다. 이 재판은 도널드가 기소된 4건의 범죄 사건 중 유일하게 대선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장부 조작이 아니라 이것이 다른 범죄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기기는 쉽지 않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변호사들은 장부 조작은 인정하돼 다른 범죄와 무관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을 권고했으나 도널드는 돈을 준 사실도, 장부 조작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을 인정하면 올 대선에 악영향이 올 것을 염려한 탓도 있겠지만 도널드는 원래 죄를 자백하는 인간이 아니다.

이번 주부터 배심원이 선정돼 재판이 시작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12명 전원일치로 유죄 평결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만 검찰 주장에 의심을 품어도 도널드는 무죄가 된다. 그리고 한 번 무죄가 되면 검찰은 다시 기소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루저 도널드는 의기양양하게 선거판에 복귀하고 지지자들은 열광할 것이다.

유죄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MAGA 그룹은 박해받는 도널드를 보호해야 한다며 더 광분할 것이다. 공화당 일부와 중도파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여론 조사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 투표에 연결될 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가 유죄 평결은 물론이고 감옥에 가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민이 죄를 지어 감옥에 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런 제한 규정을 둘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벌금 100만원 형에만 처해져도 공직에서 쫓겨나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대한민국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결국 그가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뿐이다.

지난 주는 루저 도널드가 숭상하는 러시아의 흡혈곰 푸틴에게도 나쁜 한 주였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막기 위한 결사적인 공작에도 불구하고 연방 하원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등 우방을 돕기 위한 95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자신을 쫓아내겠다는 마조리 그린 테일러 하원의원 등 MAGA 일당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역사적인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마조리는 가주 산불이 유대인 레이저에 의해 발생했다는 새로운 이론을 자신의 SNS에 올린 후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뗀 후 기자에게 상스런 욕설을 한 인물이다. 어쩌면 자신이 열렬히 받드는 루저 도널드를 이토록 닮을 수 있는가.

도널드와 푸틴의 나쁜 한 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쓰디쓴 패배를 안겨주고 영구히 축출하기까지는 길고도 험한 길이 남아 있다. 미국과 세계가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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