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가면 반드시 봄이 오게 되어 있고 해가지면 아침이 오게 되어 있듯이 정의는 반듯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인간들을 속이고 죽이고 재주를 부려 옳은 것이 패하며 거짓이 이기는 듯하지만 결국 진리는 승리하게 되어있고 악은 심판을 받게 되어있다.
파스칼은 “남을 기쁘게 하고 남을 위해 결단하고 남을 위해 나를 주는 생활 거기에 인간의 참 보람과 가치와 생명이 있다”고 했다. 너그럽지 못한 인간은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며 분위기도 썰렁하게 만든다. 정말 훌륭한 사람은 드러나지 않고 늘 뒤에 있다. 남의 일이 내 일과 같이 느껴질 때 남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될때 이런 인간들은 인류 역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나는 6.25 사변 때에 거제도 수용소에서 있었던 맹의순씨의 감동어린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6.25 사변 당시 피난 도중 공산군으로 오인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 수용소 군목으로 있던 분이 그가 독실한 크리스천 임을 발견하고 수용소 내 병원에서 일하게 하였다.
공산군 병사들은 처음에 그를 (예수 미치광이)란 별명을 붙였다. 틈만 나면 인민군 환자들을 찾아가 성경을 읽어주고 중공군 환자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그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해 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공산군 병사들은 맹의순을 “거제도의 성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기도해 주고 성경을 읽어주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맹의순은 아무 쪽 병사나 차별하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포로들의 얼굴과 손발까지 씻겨주었다. 나이 어린 인민군 병사에게는 형님이 되어 친 동생처럼 돌보며 어떤 때는 밤늦게까지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었고, 그의 가슴에는 항상 포근한 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맹의순 자신에게도 불치병인 뇌암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중공군의 발을 씻어주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미소로 담긴 평화로운 얼굴로 영원한 세계로 간 것이다.
그의 곁에는 발 씻던 대야와 성경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맹의순의 죽음을 보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미군 군의관도, 한국인 간수도, 인민군도, 중공군도 모두가 뜨거운 눈물로 뺨을 적시고 있었다.
그것은 1953년 4월의 일이다. 열 명의 군목이 공산군 한 명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없었으나 25세의 이 청년은 수많은 인민군과 중공군 병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예수의 생명이 맹의순의 몸 속에 약동할 때 사상의 벽도, 전쟁의 벽도, 마음의 벽도, 증오와 살상의 벽도, 봄 동산의 눈처럼 소리 없이 녹아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감동스러운 스토리인가! 나 역시 눈시울이 젖어짐을 어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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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