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교 합격 통지

2024-04-10 (수) 문일룡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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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8일은 올 가을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날이었다.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위시해 몇몇 최고 수준 대학교들이 정시입학 결정을 통고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버드, 예일, 프린스톤 등과 스탠포드, 시카고, 노스웨스턴과 듀크 대학이 포함되었다. 물론 조기입학 결정을 통해 이미 어느 대학교로 가기로 결정한 학생들도 있지만 그런 학생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미 다른 좋은 대학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들도 이 날 혹시 좀 더 낫다고 여겨지는 대학교로부터 합격 통지가 오지 않을까하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초조함과 기대감으로 이메일을 열어본다. 그것은 비단 학생들뿐 아니라 부모와 가족들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벤트이다. 그 날 합격 통지를 해주는 학교들의 합격률이 워낙 낮아서 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곳에서라도 합격 통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마음은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 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내 애들이야 이미 오래전에 학교를 마쳤지만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내가 졸업생 자격으로 입학사정 인터뷰를 했던 학생들의 합격 여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매년 내가 인터뷰할 수 있는 학생은 불과 몇명 되지 않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그 중 한 명의 합격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내가 인터뷰했던 학생들 모두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고 모두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합격률이 4%도 되지 않기에 그 중 한 명만 신중하게 선정해 추천했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 인터뷰어들이 자신들이 인터뷰한 지원자들 가운데 추천할 만한 학생을 소개하는 모임에는 교육위원회 회의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 그리고 그 학생을 천거하려고 회의 중에도 이렇게 달려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내가 추천한 학생은 합격되지 않았다. 해당 학생은 더욱 그랬겠지만 나도 실망했다.

물론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경우 졸업생 인터뷰어가 지원 학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입학 사무처는 지원학생의 성적이나 추천서 내용을 졸업생 인터뷰어와 공유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원학생들의 성적에 대해서는 물어볼 수 없다. 그러니까 지원학생과의 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정보와 대화를 통해 느낀 인상만을 가지고 평가해야하기에 여러모로 부분적인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인터뷰에서나마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합격하고 싶은 바람을 간절하게 호소한 것을 기억하면 마음이 아프다. 또한 대학 입학 사무처는 내가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연락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어도 혹시 나의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법적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방지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이맘 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런 학생들을 둔 부모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원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못 받았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학생 당사자이다. 그리고 어쩌면 합격하지 못한 이유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그 학생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특히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학생의 과거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도움 될 게 아무것도 없다. 그 학생이 자신의 부족했던 점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지금 나무란다고 그 결과가 바뀌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 학생이 지금까지 받은 결과에 대해 칭찬해주고 조금 부족한 결과라도 대학에 진학해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마음을 다독여주기 바란다. 매년 12학년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찾아오는 이 시즌이 쓸데없이 모두에게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일룡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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