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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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날아라, 너와 너가 하나가 되어

2024-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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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미라/버클리 문학회원

“야호!”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4월의 꽃으로 피어날 우리 세진이, 4월의 싹틔움으로 푸르를 우리 호준이. “결혼 축하한다”

4월 3일은 시셋말로 내가 “땡! 잡는 날” 이 날은 나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금쪽같은 딸이 생기는 날이랍니다. 그것도 누구보다 곱고 아름다고 현명하고 자존감 또한 높으며 요리 솜씨까지 수준급인 나의 딸 말입니다. 요즈음 세상에는 흔히 “딸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 낳으면 솥뚜껑 운전수나 해야 한다”는데 나는 무슨 복에 배도 한번 안 아프고 밤잠 설치며 애지 중지 금지옥엽 키우느라 고생 한번 한적 없었는데, 든든하고 현명한 우리 아들 덕분에 내 인생에 대박이 터졌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비행기 태워 줄 딸’이 생겼으니까요.

종갓집 장손으로 태어나 엄마인 나에게는 장손을 낳았다는 든든함을 주었고 온 집안 어른들께는 떡두꺼비같은 장손으로 태어났다는 기쁨을 안겨 주었던 우리 큰 아들. 누구 말인즉 “한국 엄마들은 임신을 하면 서울대 씨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한다는데 나 역시 그랬다. ‘그까짓 서울 대학교, 우리 아들이 누구인데’ 생각 했었다. 그러나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아, 이건 아닌 데’ 그야말로 현실의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시 지옥인 대한민국. 어느덧 우리 집 장손인 아들이 중학교 입학하고 첫 여름방학 중 세살 아래 동생과 단둘이 미국에 사는 이모 집으로 베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들의 운명같은 미국생활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어쩌면 오늘 같은 대박을 위한 전초전의 시작이였는지 모른다. 별 특별할 것 없던 ‘서울대 씨앗’은 그래도 나름 한의사라는 의술을 배우고자 하더니 어느날 위풍당당 내노라 하는 카이저 병원 닥터가 되었다.


뇌졸증으로 성치 않은 엄마의 큰 아들로 힘들었을 내 아들 호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 준것도 고마운데 지금, 너의 별같이 빛나는 눈썰미로 ‘이 세상 최고의 금쪽같은 아내를 만나다니, 서울대는 못 갔지만 역시 서울대 씨는 맞는듯 하구나’. 이 엄마에게는 그깟 서울대 보다도 더 탁월한 선택으로 금쪽같은 아내를 얻은 네가 최고다.

몇년 전 세진이를 처음 보았을때 우리 호준이와 영락없는 짝궁이구나 싶었는데, 역시 늘 명랑하고 어른 공경할줄 알면서 요즘 애들 같지 않게 명절이나 생일이면 여러가지 부침을 엄마인 나도 못하는 것을 많이도 해와서 날 놀라게 하더니 지금까지도 몇년을 변함없이 만나지 못하면 전화라도 잊지않는 사랑스런 금쪽같은 나의 며느리.

온 세상 만물이 소생하는 이 4월에 우리 며느리 세진아, 나의 가족이 되어 주어서 너무 고맙다. 네 덕에 이곳 하와이에 비행기 타고 오게 된것이 바로 니가 내 딸이라는 증거야. 장손이라는 짐과 서울대 씨라는 고리타분한 시대에 태어난 내 아들 호준아, 이 결혼이 큰 아들인 니가 이 엄마에게 주는 엄마 생의 최고의 선물인거 정말 고맙다. “장하다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한다, 우리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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