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세이프’ 얼마나 효율적인가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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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LA 한인타운 중심에 위치한 로버트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 옆에서 대대적인 작전이 벌어졌다. 인근 공원에서 텐트촌을 형성하고 있던 노숙자 30여명을 모텔 등 셸터로 이동시키는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작전이었다. LA시의 경찰국, 위생국, 공원국, 교통국, 정신건강국, 노숙자서비스국 등 관련기관이 총 출동했고, 노숙자 수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동원돼 이들을 설득하고 돕는 모습을 현장에 나와 있던 언론사들이 취재하여 자세히 보도했다.

덕분에 공원은 다시 깨끗해졌지만, 이 작전은 ‘쇼’의 느낌이 짙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려 LA시장실과 산하 기관들이 얼마나 애쓰는지를 보여주는 ‘준비된 현장’ 말이다. 임기 첫날 노숙자 문제를 비상사태로 선포한 캐런 배스 시장으로서는 ‘보여주기’식 행정도 필요할 것이다. 사실 1년 반이 다 돼가도록 LA의 홈리스 위기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우선 타겟이었던 베니스와 에코 팍 지역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할리웃과 다운타운, 한인타운에서는 아직도 곳곳에서 노숙자 텐트촌이 목격된다. 걷다보면 텐트들이 보도블록을 통째로 막아서 차도로 내려서 지나가야하는 위험한 상황도 수시로 생긴다. 지난해 MyLA311에 접수된 노숙자 텐트촌 관련 서비스 요청건수가 무려 20%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전체의 노숙자 수는 17만1,000명, LA카운티에 7만5,518명, LA시에만 4만여명이 살고 있다. 지난 해 ‘인사이드 세이프’는 2,100명을 셸터에 입주시켰으나 이들 가운데 영구 주거지를 찾은 사람은 400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홈리스로 돌아가고, 이들을 수용하는 속도보다 노숙자 숫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니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홈리스 사태가 최대 난제라는 건 시민들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셸터 수용만이 능사가 아니라 치솟는 렌트비와 주택난, 악화되는 약물중독과 정신질환의 치유가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하지만 지난 회계연도에 6,736만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가시적인 실효를 내지 못하는 ‘인사이드 세이프’ 작전에 대해서도 새로운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갈수록 많은 주민이 LA를 떠나는 이유가 비싼 생활비와 노숙자 문제라는 사실은 위기의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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