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형사재판 공정한 평결을 기대한다

202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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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22일 시작됐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포르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불륜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의 입막음성 돈 13만 달러를 지급한 혐의로 뉴욕 맨해튼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돈을 지급했고, 트럼프가 코언에게 돈을 갚으면서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료’로 위조했으며, 이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핵심 혐의다. 트럼프는 불륜에 대해서도, 대가성 입막음 돈을 지불한 적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될 재판에는 스토미 대니얼스와 마이클 코언은 물론 수많은 관련 인물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의 면전에서 각종 비리를 적나라하게 폭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 재판을 포함해 4개 형사재판을 받고 있지만 11월 대선 이전에 재판 일정이 잡힌 것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나머지 3건은 조지아주 대선 결과 번복 시도, 국가기밀 무단 유출, 의사당 테러 관련 ‘내란죄’ 등인데 트럼프 측의 잇단 재판 지연 전술이 먹히면서 재판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대선 전에 유일하게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 재판에서 만일 트럼프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그의 당선 전망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의 골수 지지층은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지지하겠지만 중도층의 표심은 상당수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평결은 12명의 배심원단에게 달려있다. 검찰의 기소내용이 완벽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배심원 불일치 평결로 재판이 무산될 수 있다. 트럼프와 검찰 양측이 배심원 선정 작업에서 날카롭게 대립하며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미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이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공정한 평결을 내리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개인으로서도 수많은 범법행위를 저질렀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이민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국론을 분열시킨 위험한 인물이다. 진실을 수호하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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