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얌체’ 관행 끊고 평통의 품격 세워야

2025-11-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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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LA와 OC·SD 지역협의회의 출범이 새 임기와 함께 시작됐지만, 여전히 ‘회비 미납’ 문제가 평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22기 위원들 중 일부가 지난 21기에서도 회비를 내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졌는데, 2년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회비를 내지 않고도 연임까지 이어졌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평통은 대통령 직속 헌법 자문기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정책의 민간 협력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회비를 둘러싼 ‘무임승차’ 관행이 계속된다면, 평통은 스스로의 존립 이유를 갉아먹게 될 것이다. 자문위원이 회비를 낸다는 것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과 참여의 의지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예의다.

물론 평통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회비 납부가 법적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평통 사무처의 지원금만으로는 지역협의회 운영이 어렵고, 각종 행사와 사업 추진에 회비가 핵심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위원들이 회비는 내지 않으면서도 직함만 유지하고 명함만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얌체 행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태가 오랜 기간 용인돼 왔다는 점이다. 회비를 내지 않아도 연임이 가능하고, 활동이 부진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평통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통일운동의 뜻을 함께하자는 조직이 ‘무임승차 천국’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이제는 자정의 칼을 들 때다.

평통 사무처는 ‘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전체 평통 단위의 명확한 납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회비 납부 여부를 차기 위원 선발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일정 기준 미달 시 연임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명예직이지만 책임이 따르는 자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자문위원 개개인도 스스로의 자세를 돌아봐야 한다. 회비 납부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참여 의지‘의 표현이다. 본연의 사명은 통일정책 자문이지, 개인의 위신을 위한 명함 자리가 아니다. 진정으로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한다면,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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