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앞을 보고 사는 사람들

2024-03-22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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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을 살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삶이 더 좋을까?

고등학생은 대학입학을 준비해가면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즉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가 있다. 대학생은 사회에 나와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가면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에 나와서 보다 쉽게 사회에 적응해갈 수가 있다.

나부터도 의과대학 시절 때, 졸업 후에는 미국에 와서 의학공부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 때문에, 대학 때, 나는 밤늦도록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했었다. 나의 대학 생활은 아주 바빴다. 그리고 고되었다. 바쁘고 고된 대학 생활을 했었기에, 나는 미국에 올 수가 있었다.


만약 내가 대학 시절 때, 미국에 와서 공부해야겠다 하는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았더라면, 나는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미국에 결코 오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살다 보면 금방 늙는다. 노년의 삶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노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그만큼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돈도 저금해놓아야 한다. 그래야 은퇴한 후, 노년생활이 편안해질 수 있다.

어렸을 때는, 70-80년이란 세월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다. 늙어진 후는, 지난 70-80년이란 세월은, ‘이렇게 짧을 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극히 짧다. 늙어지면 늙어질수록 세월은 더 빨리 지나간다.

자, 노인이 되었으면! ‘이제 끝장이다’ 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 되었어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노인에게도 미래가 있다. 노인들은 자기의 죽음을 먼저 받아들인다. 즐거이 죽을 마음의 준비를 해놓는다. 동시에 자기 남편·아내의 죽음도 미리 준비해놓는다. 장례나 묘도 미리서 결정해놓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후, 저승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도 미리서 준비해놓는 게 좋다. 어떻게?
예수도 천국에 가는 길은, “살인·도둑질·간음·거짓증언을 하지 말고, 부모를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해주라.(마태 19;18)고 했다.

부처도 “살생·도둑질·거짓말·간음·술마심을 하지 말라”고 했다. 부처는 ”법다운 행과 바른 행을 행하면, 그 인연으로 목숨이 끝나면 천상에 나게 되느니라. 재벌(財閥)집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재벌집에 태어난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 태어난다.”(잡아함경 제35권)라고 말씀하셨다.

“법다운 행과 바른 행을 행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좋은가! 가령 ‘뉴욕에서 재벌 집에 태어나고 싶다면’ 자기가 원한대로 재벌집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인으로 살고 있을 때, 죽은 후, 저승에서, 어디에 태어나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미리 계획을 짜놓으면, 죽을 때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이여, “법다운 행과 바른 행을 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면, 지금부터라도 매일 참회하면 된다. 참회하면, 좋은 곳에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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