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인권단체 “정권 비판자에 반역자 낙인찍고 체포”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철권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의 군사적 위협을 내부 반체제 인사 탄압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마르티나 라피도 라고치노 연구원은 WP에 마두로 행정부가 "미국의 압박을 군인 배치 구실로 사용하고, 정권 비판자들을 반역자로 낙인찍어 수십 명의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부터 마약 선박 단속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 병력을 투입하고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한편 본토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방대한 석유 자원을 노려 정권 교체를 꾀한다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호소하며 정권 비판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대선의 부정선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3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계속 집권 중이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 정부, 일부 중남미 이웃 국가 정부 등은 작년 대선의 실제 득표에서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마두로를 압도적으로 앞섰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면서 진압 과정에서 28명이 숨지고 약 2천400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수백 명이 여전히 구금 중이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야당 인사 알프레도 디아스(56) 전 누에바에스파르타 주지사가 지난 6일 투옥 1년여만에 사망한 사실을 베네수엘라 정부가 시인하기도 했다.
정권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투옥된 수감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디아스 전 지사가 1년간 독방에 투옥돼 있었으며 그의 딸도 면회가 단 한 차례만 허용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집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정치범 수감자는 최소 887명이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시민사회 공간에 대한 탄압이 심화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다"며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야당 인사, 나아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단지 자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위협과 자의적 구금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