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아름다운 손길 ‘

2024-02-29 (목)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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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화날 일도 있고, 미운 마음이 생길 때 한 번쯤은 더 생각을 해 볼 때 화해를 이루어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마음과 분노들은 누구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가? 남이든지 자신이든지 따지기 전에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한번 더 관심을 갖고 베풀어주는 삶을 살아갈 때 서로서로 먼저 양보하고 용서하는 가운데 행복과 사랑과 화목이 풍성하게 넘치는 세상을 누리게 될 것이라 본다.
늦은 밤 어느 지방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작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고 있는 버스 안에서 엄마 품에 곤히 잠자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깨더니 울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했던 아이는 계속해서 울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아줌마, 아이 좀 달래봐요. ”, “버스 전세 냈나! “ 아줌마 내려서 걸어가요.”,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아 정말 짜증나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에게 잔뜩 화가 나서 온갖 험한 말을 퍼붓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췄다.


모두 무슨 일이 생겼나! 승객들이 의아한 마음으로 앞을 바라보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차를 멈추고 문을 열고 나가 길옆에 있는 상점에서 무언가를 사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성큼성큼 아이 엄마에게로 가더니 초콜릿 하나를 아이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승객들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 아이 엄마는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손등에 다른 한 손을 세워 보였다. “고맙습니다. ” 하는 뜻의 수화였다. 아이 엄마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이었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업고 내리자 버스 기사 아저씨는 아주머니와 아이를 위해 가는 길을 자동차 불빛으로 비추어주었다. 그런 기사 아저씨를 보고 “빨리 갑시다. ” 라고 재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 보는 삶이 되어야 하겠다.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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