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박주리/ GMS 선교사

2024-01-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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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일 같지 않은 남의 이야기

가끔 학창시절을 회상할 때면 도서관 카페를 떠올리곤 한다. 그룹 토론, 고민 상담, 각종 수다들로 늘 왁자지껄 하던 곳… 허기를 달래는 컵라면과 김밥 냄새, 감성을 달래는 커피향이 거부감 없이 어우러졌던 곳이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든 그 안에 있는 우리는 묘한 친근감과 공감대가 있었다. 천차만별 개별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낯선 우리들에게 유대감을 제공해 준 것은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공통분모였을 것이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낯선 학우의 사연에도 금새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그것이 지나간 혹은 조만간 나의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각자 헤쳐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동일한 시대를 통과하는 젊음의 사연은 그렇게 공유되었던 것 같다.

여성의 창…
이곳에서 풀어내는 여인들의 이야기는 늘 정겹고 살갑게 느껴진다. 소녀에서 노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삶의 사연들이 딸 아내 엄마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상황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글은 도구일 뿐, 도구를 움직이는 힘은 다채로운 사연과 그것을 나누는 진솔한 마음이다. 각양각색의 글을 통해 서로 공감, 격려, 위로를 나누는 도서관 카페 같은 곳이다.

내 인생의 전반 20여년은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나에게 아프리카는 삶의 쓴맛과 단맛, 고뇌와 보람, 좌절과 기쁨을 안겨준 다이나믹한 삶의 터전이다. 모든 것이 낯설어 그저 이방 땅이었던 그 곳이 익숙하고 정겨운 고향으로 자리잡을 때 즈음, 난 북가주로 옮겨졌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아프리카와 대조되는 낯선 이곳에서 또다시 적응과 정착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도기의 시간을 ‘여성의 창’과 함께 했다. 삶의 사연과 마음의 생각들을 글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도록 멍석을 깔아준 곳이다. 평범한 ‘나’의 이야기가 소통의 창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공감을 경험한 곳이다.


4년만에 이 카페에 다시 앉았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난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난 믿는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이 카페 안에 누군가의 사연도 되리라는 것을. 난 소망한다. 그 공감대로 인해 낯선 우리들이 통과하고 있는 삶의 여정이 외롭지 않기를. 보이지 않지만 우리 그렇게 서로 응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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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리씨는 이화여대 교육학과와 Calvin Theological Seminary (MA in Christian Education)를 졸업했다. GMS 선교사로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22년간 사역한 후, 북가주로 파송받아 8년 째 사역중이며 버클리 문학회원으로 문학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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