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백인경/버클리 문학회원

2024-0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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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Year’s Resolution”

청룡의 해, 무언가 거창한 새해의 꿈이라도 가져야 할 것같은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은 묶은해의 찌꺼기들을 비우고,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포부와 소망들을 새포대에 담는다. 하지만 포부가 거창하고 야무질수록 작심삼일에 끝나기가 쉽다. 난 새해의 포부같은 것들을 세우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다. 스스로에게 많이 속아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주 소소한 그러나 나에겐 꽤나 용기가 필요한 새해의 꿈 두가지를 세워봤다. 많이 성공적이진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시늉이라도 내보고 싶어서이다.
그 첫번째는 날마다 일기형식의 글을 쓰며 가끔씩 마음이 내키면 글을 쓰는것이다. 바쁘고 피곤할때는 다만 한두줄의 글이라도 쓰는것이다. 핵심은 내 스스로 날마다 밥 챙겨먹듯 글을 쓰는 습관이 들게 할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상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는 일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손을 놓은 상태에 있다가 가끔 꼭 글을 써야할때에 당해서 어렵사리 글을 쓴다. 그러면서 왜이리 글쓰는게 어려울까, 생활이 바쁘니 그렇지 등의 스스로의 변명을 한다. 아무리 천재성을 타고나는 사람들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능력은 꽃피울수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정도는 성과를 올릴수 있을것이다. 별 특별한 재능도 없으면서 노력까지 안하면서 잘 쓰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 없는 욕심이다. 세상의 이치는 정확하게 돌아간다. 그야말로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그 두번째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하여 집안에 많은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제일 문제는 옷들과 책들이다. 그다지 작지않은 옷장인데도 꽉 차있다. 그리고 별 의미도 없고 필요도 없는 물건들이 아까운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다. 나의 문제는 물건을 많이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래된 물건들을 잘 버리지를 못하는데 있다. 오히려 꽤 오래전부터 물건을 거의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 어렸을때 썼던 물건들은 추억이 담겨있어서 못버리고, 웬만한 옷들은 나중에 필요할것 같아서 못버린다. 더군다나 애둘 낳고 체중이 불어난 딸이 몽땅 준 옷들까지, 정말 옷장이 포화상태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자신들의 가정을 이룬 마당에 구태여 그 물건들을 껴안고 있을 필요도 없을것이다. 꼭 필요하고 좋아하는 옷들만 남기고 과감히 정리 해버리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곳곳에 놓여있는 물건들도 다시한번 생각하여 별 의미가 없으면 치워야 겠다. 다음은 책이다. 책은 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옮기는 것도 꽤 힘이든다. 이사할때 제일 애를 먹는것이 책의 무게다. 다시 읽고 싶은 책 이외에는 구태여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을것 같다.
생명이 없는 물건들도 한공간에 오래 놓여있으면 마치 자신의 위치를 고집하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옷들이나 물건들도 꼭 나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오랜세월 나의 공간에서 습관이 되어 있었다. 난 성격상 내삶의 공간에서 오래동안 습관되어진 것들하고 잘 헤어지질 못했던 것이다.
올 새해에 세운 나의 특별할것 없는 두가지의 포부는 내가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들이다. 더군다나 돈이 들어 부담이 따르는 것들도 아니어서 작심 삼일로 끝나지는 않을것 같다. 비어지는 공간이 많을수록 마음까지 비어질것 같다. 벌써부터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로 새해의 발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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