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통 사람들의 아름답고 정감 가득한 명작

2024-01-0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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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마티’(Marty·1955) ★★★★★(5개 만점)

보통 사람들의 아름답고 정감 가득한 명작

노총각 마티는 처음에는 노처녀 클라라를 회피하다가 뒤늦게 자기가 클라라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름답고 정감 가득한 흑백 명작으로 이 영화에 나오기 전만해도 악역 단골이다시피 했던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민감하고 다정다감하며 통찰력 있고 매력적인 연기를 해 오스카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탈리안 계로 비대한 체구에 못생긴 마티는 뉴욕 브롱스에서 홀어머니와 살면서 정육점을 경영하는 34세의 노총각. 비록 외모는 고릴라같이 생겼지만 마티는 효심 깊고 감수성 예민한 착한 남자이나 외모와 직업 때문에 만나는 여자마다 퇴짜를 놓는다. 그런 마티를 보면서 그의 어머니는 “마티야 넌 도대체 언제나 착한 여자 얻어 장가갈래”하며 보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저녁 친구 앤지와 함께 댄스홀을 찾은 마티는 파트너에게 딱지 맞은 노처녀 클라라(벳시 블레어)를 보고 마음이 끌린다.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29세의 학교선생 클라라도 마티처럼 따분하고 별 희망도 또 애인도 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아름다운 마음씨의 여자.


댄스홀을 나온 마티와 클라라는 밤이 깊도록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마티가 신이 나서 마구 떠들어대는 모습이 꼭 신명난 소년 같다. 클라라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마티의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그런데 앤지를 비롯해 어머니까지 클라라가 예쁘지 않은데다가 이탈리안이 아니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마음 약한 마티는 클라라와의 재회에 대해 주춤한다. 마티가 약속한 전화가 걸려오지 않자 클라라는 눈물을 흘리고 마티는 나름대로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한다. 마침내 자기가 클라라를 사랑한다고 느낀 마티는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가 다이얼을 돌린다.

매우 나이스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이 영화는 패디 차예프스키가 쓴 TV드라마를 영화화 했는데 감독은 TV작품을 연출한 대니얼 만이 맡았다.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으면서 빅히트했고 오스카 작품, 감독 및 각본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성공은 내용과 연기가 사실적인데다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훈훈한 정이 있기 때문인데 많은 보통 사람들이 영화 내용에 깊이 공감해 지금까지도 1950년대 걸작 중의 하나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고두고 못 잊을 것은 보그나인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사실적이요 아름다운 연기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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