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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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최중애/회사원

2023-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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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e Box Lunch Box

가족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의 성탄절 추억은 시작된다. 바나나나무(열매까지 열렸던 걸 봐서 파초일 가능성이 더 큰데 우린 바나나나무로 알았다)와 고무나무는 난로를 피운 안방에서 겨우내 푸르름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고무나무는 근처 네 다섯 초등학교 졸업식에 모셔가는 귀한 몸이었고, 성탄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엄마와 딸들이 겨울방학을 하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색색깔의 반짝이 종이와 반짝이 테이프로 만든 장식품은 모두 우리들의 수제품이었다.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성탄 카드도 한 장 못 보내고 성탄 장식도 못하고 성탄절을 맞는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교회 Shoe Box Gift에 동참한 거다. Samaritan’s Purse에서 하는 ‘상자에 아이들의 선물을 담아 제삼국에 보내는 것’이었다. 옥수수 빵의 추억이 있으니, 제삼국의 아이들에게 그만큼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동방박사 세 사람 귀한 예물가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별 따라 오셨다.’ 어린이들이 부르던 성탄절 찬송이다. 예수님께 귀한 예물을 드리고 경배할 수 있다면, 열일 제쳐두고 그렇게 할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은 예수님 말씀, “너희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성탄절에 왜 우리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지 이해가 안되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계몽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 해마다 선물을 안 주고 받기만 하니 민망하다. 선물을 주고 받는 기쁨은 성탄절이 아니라도 종종 누리며 사니, 성탄절만큼은 작은 자를 찾아 예물을 드리면 어떨까?


돌아가며 집에서 식사를 하고 회비를 모아서 500달러가 되면 기부를 했었다. 저녁 식사 비용은 20달러를 넘지 않기. 5명이니 한 달에 100달러. 5병2어의 기적의 시작은 한 아이의 작은 빵 5개와 작은 물고기 2마리, 짐작컨데 그 아이의 도시락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우리 모임을 Lunch Box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예수님 점심 대접 하자고.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속했던 감리교 교단의 속미는 밥할 때 가족 수대로 한숟가락씩 쌀을 따로 모아 교회로 가져갔다. 숟가락으로 떠서 모은 쌀이 되가 되고 말이 되고 가마가 되어 교역자와 또 누군가의 식량이 되었다. 쌀이 귀할 때니까 가능하고 삼시 세끼 밥을 먹을 때이니 가능했던 일이다.

성탄절이 되니 고무나무 잎을 물수건으로 닦으며 금빛 은빛 장식품을 달고 계시는 엄마가 고향집에 계실 것 같고 부엌 에서는 엄마표 백설기 성탄 케익이 익어가고 있을 것 같다. 올 해 성탄절 추억으로 Shoe Box 추가. 그리고 성탄절만이라도 도시락 하나, Shoe Box 하나 산 넘고 물을 건너 작은 자를 찾아가게 하는 일을 더 많은 사람이 하면 좋겠다.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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