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시시비(是是非)

2023-12-13 (수) 이동원 락빌, MD
크게 작게
우리는 지금 정보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종교와 종교 간의 전쟁, 국가와 국가 간의 정치적 갈등 체제의 이념과 증오의 깊은 골이 존재하는 흑백의 단순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죽어서 노자가 없으면 무전무천(無錢無天)이 되고 신부나 목사보다 더 착하게 살아도 교회를 가지 않으면 지옥은 만루 홈런이 되는 극과 극만이 정치를 하고 판을 치는 위기의 사회 속에서 심신이 하루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는 찾아볼 수 없고 부자와 자기들만 위하는 정당 정치는 위기를 모르는 ‘윤석열 열차’가 되어 위기를 모르고 멈출 줄을 모른다.

기시다와 7번의 정상회담을 용산은 자랑하지만 실상 기시다의 농간에 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안전하고 평생을 빼앗긴 정신대 할머니,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사과와 배상은 없었던 일로 마침표 점을 찍었다.


정치는 물처럼 흘러야 되는데 무구호(無口湖)가 없는 사해(死海)가 되어 용산의 초호(草湖)는 구린내가 풍긴다. 이치(有理)가 없고 실리(有実)가 없고 절재(有節)가 없는 국가의 정치는 망한다. 나라가 하 어수선하여 애국자를 생각하는 것이 좌빨이 되는 사회는 사상의 위기요,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다.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는 무산지수(無算之壽)들의 국밥 모임은 자유다. 그러나 타인의 배려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다. 이승만이 누구인가? 미국을 어부바 한 3.15 부정선거와 사사오입(四倽五入)은 늙은이의 망령으로 눈 감아 주자. 이승만은 4.19 혁명 때 깡패를 동원하여 학생들을 몽둥이로 패죽이고 경찰을 동원하여 학생과 시민을 학살하고 하와이로 야반도주했다. 6.25 때는 수원인가 대전으로 혼자 도망가서 서울 시민들에게 세월호 선장처럼 동요하지 말라고 방송을 하고 피란민 가득한 한강 다리를 폭파하여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죽였나.

이승만의 자유는 민본(民本)의 위기를 무시했고 박정희는 뜻 있는 사람들을 잡아 죽여 정의의 위기를 무시했고 전두환은 학생들과 무고지민(無告之民)인 국민의 생명을 도륙하고 무시한 위기로 인해 만사무석(萬死無惜)의 죄인이 되어 죽어서도 묻힐 한 치의 땅도 없이 떠도는 중음신이 되었다.

위기를 몰라 나라가 망한 예는 또 있다. 선조 25년(1592) 임진전쟁 때 동래성을 쑥대밭으로 만든 왜놈들이 단 20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거침이 없이 왜놈들이 서울까지 뛰어 왔다는 다른 표현이 없다. 위기를 무시한 결과다. 임진 전쟁을 겪고도 위기를 몰랐던 얼치기 인조의 병자호란(1636)은 누르하치의 말탄 기병대가 국경을 넘은지 불과 6일만에 서울 거리에서 여자를 겁탈하고 술 파티를 벌렸다. 얼간이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청포(죄수 옻)를 입고 언 땅에 이마를 9번 찍고 술잔을 올리며 항복했다.

‘사탄의 대명사’인 중들과 의병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원래 간신이 득실거리면 어진 신하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병을 다스리기 위해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설사를 시키는 것을 한방에서는 한토하(汗吐下)라고 한다. 윤석열 통치하에서 숨죽이는 국민들은 이미 한토하의 깊은 병에 시나브로 시름시름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과 검찰 정권은 일본에 자존심마저 바치며 일제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홍범도의 목을 치고 있다. "의리와 맹세를 저버리면 인간적 자격을 박탈한다" "선후배 동료들에 의해 혐의된 명령에 복종한다"는 전두환의 하나회 법칙은 작금의 윤석열 검찰 사단 행동과 한 치도 틀림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침묵하는 국민들과 노동자들은 힘이 없고 가진 것이 없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존심을 숨기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한국뿐이다. 두주(斗酒)를 불사 한다는 대통령 계급장을 떼면 내가 대선배가 되므로 선배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 “군주 된 자가 자기의 좋고 싫은 것으로 사람을 등용하면 그 나라는 보전될 수 없다." 그러면서 “공법(公法)을 근원으로 하여 정실(情實)을 배척하는 밝은 군주는 법에 따라 사람을 택하지 자기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쓰지 않는다."

알아들을까? 자기 자신의 위기관리가 없으면 국민과 나라의 위기관리도 모르는 법. 김장철의 날씨는 어딜 가나 을씨년스럽다. 따끈한 정종 한 사발에 천엽을 왕소금 찍어 우물거리며 시름을 잊어야겠다.

<이동원 락빌,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