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 기록은 저지의 3억6천만달러…4억∼6억달러의 벽 단번에 돌파
▶ 2023시즌 타자로서 개인 커리어 하이…투수 위업도 이어가
오타니 [로이터=사진제공]
오타니 쇼헤이(29)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시장의 신기원을 열었다.
오타니는 9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약 9천200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FA 계약만을 따졌을 때 종전 최고액인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9년 3억6천만달러를 두 배 가까이 뛰어넘는 엄청난 기록이다.
2019년 2월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FA 시장 3억달러 시대를 연 지 3년 10개월 만이다.
그동안 제아무리 활약이 뛰어난 선수더라도 FA 시장에서 4억달러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오타니는 5억, 6억달러도 아닌 7억달러라는 신세계에 도달했다.
2019년 3월 마이크 트라우트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12년 4억2천650만달러에 계약해 4억달러 시대를 열어젖히긴 했었지만, 이는 FA 계약이 아닌 연장 계약이었다.
첫 1억 달러는 1998년 12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7년 1억500만달러에 계약한 케빈 브라운이고, 첫 2억 달러 기록은 2000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천200만달러에 사인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 오타니는 2023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5억달러대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6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긴 했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조심스레 나오는 관측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오타니가 한 시즌 만에 몸값을 훌쩍 부풀릴 수 있던 것은 2023시즌에도 멈추지 않았던 성장 덕분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놓고 봐도 메이저리그 정점에 있는 선수였는데, 올해에도 투수와 타자 두 부문에서 더 좋아진 성적을 보여준 것이다.
오타니가 2024시즌에는 부상으로 타자로밖에 뛸 수 없지만, 다저스는 오타니의 이러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7억달러를 안긴 것으로 분석된다.
MLB닷컴은 역대 FA 선수들의 계약 직전 시즌을 평가하며 오타니의 2023시즌을 전체 3위로 랭크했다.
우선 오타니는 타자로서 올해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4위), 44홈런(1위), 95타점(공동 14위), 출루율 0.412(1위), 장타율 0.654(1위·이상 아메리칸리그 순위)를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3할대 타율을 올린 오타니는 출루율, 장타율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을 찍었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작년 0.305에서 0.402로 오른 가운데 시속 95마일이 넘는 강속구 상대 타율도 지난해 0.257에서 올해 0.350으로 상승했다.
타구의 질도 좋아졌다. 오타니의 타구 속도가 시속 110마일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2022년 20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총 47개였다.
오타니는 투수로서도 위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규정 이닝·타석을 동시 달성했고, 투타 겸업의 원조 베이브 루스 이래 104년 만에 10홈런-10승 기록(34홈런-15승)을 작성했다.
그리고 올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의 성적을 남기며 MLB 사상 최초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비결은 끊임없는 구종 연구다.
그는 올 시즌 자신의 주 무기인 스위퍼의 비중을 소폭 줄이고 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싱커의 비율을 높였다.
MLB닷컴은 특히 싱커에 주목하며 "2025년부터 스위퍼와 짝을 이루는 구종이 될 수 있다"면서 "두 구종은 꺾이는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조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