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엔나의 한 싱글하우스를 파는 일을 도왔다. 셀러는 백인 노부부인데, 할아버지는 파킨슨병으로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코네티컷에 살고 있는 딸 근처로 이사를 갔다. 셀러는 필자에게 뒷일을 부탁한다면서 비행기 시간에 맞춰 서둘러 공항으로 떠났다. 그 후 파는 집에 가보니 그야말로 집 안은 폭탄 맞은 것처럼 난장판이었다.
이 노부부는 이 집에서 20여년 살았는데, 그 산 기간의 크기만큼 살림과 가구가 많고, 그 중에 좋은 가구도 많이 있었다. 필자가 일 년에 100여 가족의 주재원 렌트를 도와주다 보니 가구나 살림이 필요한 손님도 많다. 그 주재원들에게 사진을 보내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가라고 했다. 90% 이상을 무료로 나눠 주고, 그 중에 고가로 보이는 식탁 테이블과 의자는 매매를 했다. 판매한 금액은 2,100달러, 청소비와 수리비를 지불하고 879달러가 남았다.
코네티컷으로 이사 간 셀러에게 남은 돈을 돌려줘야 하니 체크 받을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셀러의 대답은 그 돈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돈이니 좋은 곳에 기부를 하라고 한다. 어느 곳에 또 누구에게 기부를 하던 필자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페어팩스 내 공립학교의 결식아동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그 기관에 기부를 하면 좋겠다고 셀러와 의논을 했다. 셀러는 당연히 좋다고 했는데, 879달러의 돈을 한 곳에 몰아서 기부해도 되는지 고민이 됐다. 그러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내 돈으로 100달러 이상을 기부해 본 적도 없다.
아마도 필자의 돈으로 100달러 넘게 기부해야 한다면 돈의 무게만큼 큰 망설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879달러는 큰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돈이어서 그런지 내 마음은 가볍고, 또 한편엔 남의 돈이란 소홀함은 없는지 내 마음을 관찰하게 된다. 아울러 남의 돈으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부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교만함이 있지는 않는가도 돌이켜보게 된다. 고백하건데 있을 것이다. 반성할 일이다.
후원한 기관에서는 셀러의 이름으로 감사장이 왔다. 좋은 곳에 써 달라고 한 셀러의 따뜻한 마음이 이 글에 함께 온전히 얹어지기 바란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 예보다. 올해는 덜 춥고 덜 배고팠으면 좋겠다.
문의 (703)625-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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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