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국민화가 렘브란트 하르먼손 반레인(1606~1669)의 걸작으로 ‘야경’(1642년)이 있다. 이 그림은 민병대원이 야간순찰을 나가기 위해 모여서 점검하는 장면을 그렸다. 빛과 짙은 어둠의 강렬한 대비가 긴장감을 표현하며 신비감이 넘친다.
당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자신들의 땅과 재산을 지켜야 했고,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자신들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렘브란트에게 그림을 의뢰했다고 한다.
작품 중앙에 빨간색 어깨띠를 두르고 서있는 반닝코크라는 인물은 암스테르담 시장의 사위로 그가 이끄는 민병대는 독립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34명의 군인 집단초상화인 이 작품의 원래 작품명은 ‘프란스 반닝코크와 빌럼 반 루이덴부르크의 민병대’라고 한다.
네덜란드 독립전쟁(1567년 3월13일~1648년 10월24일)은 네덜란드 17주가 스페인(합스부르크 군주국)에 대항하여 벌인 독립전쟁이다. 전쟁의 시작과 함께 네덜란드 공화국은 설립되어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도 독립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후 해상무역을 통하여 급속도로 발전하여 과학, 예술,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일본 자경단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1923년 9월1일 11시58분 진도 7.9의 강진이 도쿄와 관동 일대를 강타하였다. 이 관동(關東)대지진으로 수많은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행하고 도쿄 일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탄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일본 민중은 자경단(自警團)을 구성했다.
자경단은 지역주민들이 도난이나 화재 따위의 재난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조직한 민간단체를 말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자경단은 일본도와 죽창, 도끼 등으로 무장하고 검문소를 설치했고 조선인을 색출하고 학살했다. 학살자수는 233명(일본정부 발표)~6,661명(상하이 임시정부 기간지 독립신문 발표)이었다.
조선인 학살은 9월2일에서 6일까지 집중적으로 자행되었다. 학살당한 조선인 중에는 청장년, 여성, 임신부, 아이들도 있었다. 조선인을 학살한 일본민중들은 자신의 행위를 국가를 위한 행위로 정당화하면서 아직도 학살당한 자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한편, 한국 드라마 ‘비질란테(Vigilante, 자경단)’ 가 얼마 전에 방영되었다. 비질란테의 어원은 라틴어로 ‘(야간) 경비원’을 뜻하는 ‘vigilantem’에서 유래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죄로 풀려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들을 민간 자경단이 사적으로 처벌하는 드라마가 유행이다. 앞서 가면을 쓴 ‘개탈’이 전국민을 상대로 범죄자의 사형여부를 묻는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가 있었다.
비질란테의 주인공 김지용(남주혁 분)은 낮에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 되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러 다닌다. 언론은 이런 김지용의 행적을 두고 ’비질란테‘라는 별명을 붙인다.
거대한 악의 뿌리와 맞서 그야말로 바위에 갖다박고 박살나는 달걀처럼 주인공은 좌충우돌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대중의 분노를 달래주는 것인가, 공정하지 않고 정의에 대한 믿음을 주지 않은 사법부에 대한 경고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는 폭행범이거나 살인자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 이 있다.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생활이 어렵다.
그는 전당포 노파가 서민의 고혈을 빠는 기생충같은 존재로 사회적으로 백해무익하다면서 살해한다. 우발적으로 무고한 노파의 여동생까지 죽인다. 그러나 그는 소냐의 설득과 도움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수를 하고 시베리아로 유배를 간다.
네덜란드 자경대는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조직되었고 일본 자경대는 조선인을 지진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경대는 어떠해야 할까. 진정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강자로부터 보호해 주는 ‘화이트 비질란테’가 필요하다 하겠다.
어떤 상황, 어떤 처지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 살게 해서 그 삶이 욕되게 만들어야 진짜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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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