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이 반복되고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중동지역 만큼 미국의 외교를 딜레마에 빠뜨린 곳도 없다. 특히 이스라엘이 그 중심축에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국익’이라는 사실은 미국을 상대한 세계 모든 국가들은 불문율로 여기는 진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외교정책에서는 미국의 국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은 아랍인과 이슬람 신정 국가들을 자극하고 수십 년 동안 미국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까? 공유된 전략적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이러한 설명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놀라운 수준의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정당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돈이 선거와 공공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비영리단체 연구기관(OpenSecrets)이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2021~2022년 선거 기간 동안 미국내 이스라엘 로비단체 AIPAC이 후원한 정치인 기부금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민주당 정치인은 2,012만 5,199달러(65%)를, 공화당 정치인들은 1,080만 6,984달러(35%)를, 그리고 무소속 정치인들은 8,400달러 총 $3,094만 583달러를 후원받았다.
예비선거에 참여한 양당 모든 후보자들에게도 후원을 했는데 3,094만 583달러를, 선거를 치르지 않은 재직의원에게도 2,371만 7,340달러가 뿌려졌다. 이 선거 기간 동안, 하원에 당선된 민주당 201명에게 총 1,180만 8,920달러가, 공화당 196명에게 629만 2,894달러가, 상원에 당선된 민주당 28명에게 325만 7,737달러가, 공화당 15명에게 235만 7,789달러가 뿌려졌다.
정치 후원금을 듬뿍 받은 미국의 양당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에게만 유독 작아지는지, 그 이유를 이 수치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사당 보좌관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3,800만명 회원을 보유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미국퇴직자협회(AARP) 다음으로 AIPAC은 두번째로 강력한 로비 그룹으로 꼽혔다.
미국 유대인은 약 65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전체인구의 2.2%에 해당된다. 현재 상원의원 100명 중 유대인은 민주당 의원 9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을 포함해 10명이다. 하원은 435명 중 미국 유대인은 26명이다. 미국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해왔으며 약 70%가 민주당원이다. 이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의 전통이다. 그렇다고 미국 유대인이 공화당과 소원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스라엘은 1976년 이래로 미국의 직접적인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받는 최대 수혜국이다. 매년 직접 해외 원조로 33억 달러를 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 해외 원조 예산의 약 60억 달러 중 절반에 해당한다. 또한 다른 원조 수혜국과는 달리 매 회계연도 초에 예산 전액을 배정받으며, 원조금이 어떻게 지출되는지 미국에 설명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국가이다. 이는 서안지구에 정착촌 건설과 같이 미국이 반대하는 목적으로 자금이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외교정책의 전반적인 추진력은 미국 국내 정치가 위대한 후원자 ‘이스라엘 로비’의 치밀하고도 전방위적인 활동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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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