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BBC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옛식민지였던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해 식민지배 당시의 폭압행위에 대해 사죄했다고 전했다.
탄자니아는 1885년부터 1918년까지 33년 동안 독일제국의 식민지였다. 이번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은 탄자니아의 남부에 위치한 ‘손게아’로서, 이 곳은 1905~1907년에 일어난 ‘마지마지(Maji Maji)봉기’의 중심지이다.
당시 독일 식민지군은 봉기에 참여한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30만명 이상의 탄자니아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였는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선조들이 저지른 이 사건에 대해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 후속조치로 그 동안 약탈해 간 문화재와 탄자니아인 유해 송환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어떠한가? 우리가 과거에 사로 잡히지 말고 미래를 위한 협력과 동맹의 파트너로 일본과 함께 해야 한다는 당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36년간의 식민통치 시대에 저질렀던 반인륜적 만행에 대해 일본이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더구나 일본은 한 술 더 떠서 얼마전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모양이다.
이 불상은 14세기초 왜구들이 약탈해간 것으로서, 2012년 한국의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에서 다시 훔쳐 국내로 반입하려다 적발되어 국가에서 몰수하였다. 이에 서산의 부석사가 이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지난 10월 26일 취득시효 법리를 적용하여 일본에 소유권이 있음을 최종 판결하였다.
이 불상은 서산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결연문까지 있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고려에 귀속된다는 보증서와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불상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 했던 절도라는 불법행위가 문화재 회수라는 선의 또는 애국심으로 결코 포장될 수는 없지만, 일본은 자기들이 먼저 약탈한 원인제공자임을 부인하지 못할텐데, 안면몰수 하고 즉각 반환청구를 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낯짝이 두껍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과는 상대방의 촉구에 의해 마지못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행해졌을 때 그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자신의 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 보고 부끄러움과 함께 일말의 책임의식을 느낄 때 비로소 사과하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사과는 기본적으로 상처받고 실망에 빠졌을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고 흐트러진 질서를 바로잡는 기회가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새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사과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용서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서로 화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사과 없는 곳에 신뢰가 싹트기 어려운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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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