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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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시선, 분리수거

2023-10-30 (월) 김지나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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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을 정도로 자리매김 되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된 IT 천국이라 누구의 도움 없이도 쉽게 여행할 수 있고 그 어떤 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전한 나라인데다 다양한 먹거리는 또 어떤가?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땅은 작지만 곳곳에 남겨진 역사적 배경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나라다.

이렇게 단기간 여행지로는 최고라 여길 수 있는 꺼리가 많지만, 장기간 여행객이나 외국인에게는 불편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물 처리에서부터 철저하게 분리해야하는 재활용품은 이들에게 어려운 숙제다. 한국은 오랫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부의 많은 정책과 적극적인 지원을 활용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으로 간 여행객들에게 분리수거란 귀찮고 번거롭기 그지없는 어려운 관문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미국처럼 마구잡이로 버리던 사람들은 일단 음식이 집에 남아있으면 큰일 난다. 음식 분쇄기가 없으니 음식쓰레기 봉투에 담아 따로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한다. 온갖 종류의 생활용품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있게 철저하게 일일이 확인하며 분리하고 각자의 이름에 맞는 함에 넣어야 성공한다. 페트병에 붙은 라벨도 떼내야하고 플라스틱 통도 깨끗이 세척 후 말려서 버려야 한다. 설마 그런 음지에까지 감시 카메라 있다는 걸 아는 이도 많지는 않을 듯하다.


길거리 음식을 먹다가도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없어서 당황한 적이 많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시골 어디를 가도 길이 정말 깨끗한 이유 또한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질 일인데 결코 그렇지 않다. 워낙 시민의식이 높은 한국 사람들은 쓰레기를 각자가 해결해야 함을 알고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는다. 미국은 어떤가? 뉴욕이나 엘에이 같은 대도시일수록 쓰레기는 차고 넘쳐 길거리 곳곳에 버려져있다.

미국의 분리수거 비율을 보면 한국의 10%나 따라가려나 싶게 아주 형편없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지원과 홍보에 최선을 다하며 정확한 매뉴얼을 주면 그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아주 미흡하다. 개개인의 집도 문제지만 공공장소는 아예 분리수거라는 개념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회용 배출이 심한 푸드코트에서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포크, 컵 같은 것들을 포장한 비닐 등 쓰레기의 양은 쟁반 가득 차고도 넘친다.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의심이나 죄책감 없이 몽땅 한 곳에 가져다 부어 버린다.

타인에게 배려와 매너를 강조하는 나라이고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기부를 중시하는 나라인데, 그래서 돈 많은 재벌을 적대시하지 못하는 나라인데 정작 지구를 살리는 아주 작은 실천인 분리수거는 동참하고 있지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이 좋은 이유로 무엇이든 마구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간단하고 쉬울지 모르나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그마한 단체에서 환경을 위한 메시지로 미국 전체의 의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환경을 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고 그 첫 삽이 바로 한국처럼 철저한 분리수거를 생활화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귀찮고 힘든 숙제를 일상으로 이끌어 낸 한국이 대단한 이유다.

<김지나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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